어린이 과학자를 위한 넷플릭스
지난달에 발행했던 글(https://brunch.co.kr/@readsnwrites/22)을 통해 2021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었다! 틈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을 소개해볼 예정. 우선 오늘은 어린이 과학자를 위한 프로그램들이다.
<에밀리의 유쾌한 실험실>은 매 에피소드마다 5,6명의 어린이들과 선생님인 에밀리가 함께하는 과학 실험이다. 한 에피 당 15분 이내로 미취학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부담없는 컨텐츠다. 이제 여섯살이 된 바당이도 아주 재미있게 봤고 가장 좋아했던 건 '우블랙'이라고 불리는,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비뉴턴 유체(!)를 만들어 이 물질의 성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해보는 회차였다. 비뉴턴 유체라니 무척 복잡한 개념 같아 보이지만 사실 아이들이 평소에도 충분히 궁금해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에밀리의 유쾌한 실험실>은 바로 이런 궁금증들로부터 시작한다. 이를테면 "케첩은 왜 이렇게 짜기가 힘든걸까?"같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말이다. 바당이도 언젠가 로션을 보며 "이건 고체인가, 액체인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며 그 호기심을 조금은 해결한 듯 보였다.
<에밀리의 유쾌한 실험실>은 21세기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모든 훌륭한 덕목들을 갖추고 있다. 에밀리가 리드하되 어린이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포맷과 중간중간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솔직한 인터뷰 인서트는 과학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나의 궁금증을 탐구해보고 해결하는 통로로 느끼도록 한다. 화학물질의 변형이나 뉴턴의 법칙처럼 조금 더 상세한 원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어린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것도 물론이다. 매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오늘 해본 실험들을 집에서 해볼 수 있도록 알려주는데 웬만하면 집에 있을만한 재료들이기 때문에 큰 수고로움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양육자로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다. 출연자 어린이들의 성별과 인종이 다양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이 모두 동등한 일원으로서 실험에 참여하고 쇼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니!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이 보기에도 적합할만한 주제들을 다룬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할로윈 모티브, 풍선, 슬라임 등을 활용하며 난이도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쇼는 전반적으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우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한 후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증명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익히게 한다는 점에서 어린이 과학자를 위한 입문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오프닝 송에서처럼 "호기심을 갖고 계속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의 일이니 말이다. 쇼가 끝나기 전 집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을 안내해줄 때 에밀리는 이렇게 말한다. "멋진 과학자에겐 멋진 조수가 필요하다!"고. 물론 여기서 멋진 과학자는 어린이고 멋진 조수가 어른이다.
주인공인 사하나가 다양한 과학적 주제에 대해 다루는 <브레인 차일드>는 초등학생이 보기에 적합한 과학 프로그램이다. 전체적으로는 버라이어티 쇼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주제마다 세부 형식은 조금씩 달라지곤 한다. 바닷속탐험 같은 에피소드는 해양 다큐멘터리같기도 하고 감정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는 관찰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하기도 한다. <에밀리의 유쾌한 실험실> 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적 개념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있고 이것보다 조금 더 나아간 궁금증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것도 과학이야?"라는 부제처럼 전형적인 과학 주제로 보이는 우주, 물리력, 해양생태계 같은 내용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감정, 창의성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세균(GERMS)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특히 재밌었는데 코로나 시대인 지금 함께 보며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도 세균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떨어진 음식을 5초만에 먹으면 괜찮대!" "밖은 안 되지만 집에서 떨어진 건 먹어도 괜찮아!"같은 질문들에도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게 답해주는 것이 이 쇼의 장점. 어린이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과학'의 범주를 넓혀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오랜 스테디셀러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에는 시즌1이라고 볼 수 있는 예전 오리지널 프로그램도 업로드 되어 있으며 시즌2와 최근에 업로드되고 있는 40분 내외의 단편 컨텐츠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새로이 제작된 것이다. 시즌2는 원조 프리즐 선생님의 동생이 새로운 선생님이 된다는 설정을 갖고 시작한다. 집에 비룡소에서 번역해 출간한 <신기한 스쿨버스 키즈> 시리즈가 있어서 이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것이 시즌 1인 줄 알았는데 반대로 시즌1의 내용 중 30개를 각색해 내놓은 것이 '스쿨버스 키즈'라고 한다. 시즌2 시리즈는 한 에피당 25분, 단편 시리즈는 50분 내외다. 다루는 주제나 지식의 양은 꽤 방대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덕분에 관심을 가지는 어린이라면 5세부터 초등학년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신기한 스쿨버스>의 스토리라인은 간단하다. 프리즐 선생님과 그 반 아이들이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매직 스쿨버스를 타고 여러가지 과학적 현상을 공부하기 위해 현장학습을 떠난다. 프리즐 선생님의 행동력이란 정말로 대단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가는 곳들이 모두 범상치 않다. 사람의 몸 속에서부터 명왕성, 막 폭발하려고 하는 화산과 참치 뱃 속까지 스펙타클하다. 과학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워낙 황당무계한 설정도 많고(과학책인데 매직이 들어가는 기개를 떠올려보라!) 주입식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모험담처럼 느껴지는 듯 하다. (책은 사실 너무 길어서 키즈 시리즈여도 미취학 어린이가 읽고 다 이해하기에는 조금 버거워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스토리텔링 형식의 어린이 과학책 선구자라고 볼 수 있는데 86년에 처음 출간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에 봐도 훌륭한 작품이다. 재미있는 형식이면서도 과학적 사실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내용과 프리즐 선생님네 반 아이들의 인종이 아주 다양하고 어린이 캐릭터 한 명 한 명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 눈에 띈다. 나의 최애캐는 역시 완다! 이 반의 여자 어린이들이 모두 그랬지만 특히나 도전정신이 아주 돋보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승부욕이 있는 면도 눈에 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즌2와 넷플릭스 버전에서는 책과 시즌1에서보다 훨씬 더 '여성적'인 외모가 되었다는 것. 전체적으로 넷플릭스로 옮겨지면서 작화가 조금 '현대화'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린이들의 외양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젠더중립적이었던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PS. 로우틴 어린이들에게는 유튜브의 science max 채널도 추천한다. 좀 더 복잡한 주제와 원리들을 다루는데 실험의 스케일이 큰 편이기 때문에 고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만한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c/ScienceMaxExperimentsatLarge/videos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