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안 온다.
카페 운영 5년 차, 아니 6년 차인가, 여전히 그런 날이 있다.
마치 안 보이는 무언가가 카페 입구를 두 팔 벌려 막고 서 있는 듯이,
거짓말처럼 매출이 늘지 않고 멈췄다.
오늘 같은 날엔 불청객처럼 여러 감정이 차례로 내 마음을 두들긴다.
첫 번째 감정은 걱정이다.
'무슨 일이지? 근처에 어느 카페에서 이벤트를 하나? 새로운 카페가 열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측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나는 금세 불안이라는 늪에 빠진다.
이 늪에서 빨리 나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
다행히 설을 앞두고 설날 선물 세트 주문이 있었기에 베이킹실에서 디저트를 만들었다.
계란의 껍질을 까고, 버터의 냄새를 맡으며 반죽과 함께 걱정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감정은 오기이다.
걱정을 억누르고 나면 찾아오는 감정,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지기는 죽기보가 싫어하는 마음.
사실 내 능력이, 카페가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쇼케이스는 나름의 디저트로 채워졌고, 오늘 구운 디저트도 분명 맛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내 마은 속에선
'오늘 목표 매출 채울 때까지 문을 열어봐, 어디 한 번 끝까지 해볼까?'
하는 고집이 올라온다.
세 번째 감정은 이성이다.
하지만 이내 이 감정도 다스려야 한다. 사장으로서의 이성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내 기분 따라 오픈과 마감 시간을 정할 수는 없다. 오픈과 마감 시간이 들쭉날쭉한 가게는 신뢰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쉴 때마다 손님들의 아쉬운 투정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단순한 내 오기로 가게 불을 늦게까지 켜두는 건 내 만족일 뿐, 손에겐 혼란을 줄 수 있다.
결국 나는 평상시와 똑같이 마감 정리를 시작한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규칙, 그것을 지키는 것도 실력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감정은 체념이다.
포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늘은 그런 날'임을 받아들인다.
숫자로 찍힌 매출 대신 오늘 내가 한 것들을 되짚어본다. 아침부터 구웠던 사브레 쿠키, 설날 선물 세트를 위해 만든 디저트 반죽, 오늘 같이 심한 미세먼지 날씨에 카페를 찾아주신 손님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복기한다.
그리고 퇴근 전, 나의 심리상담가이자 조언자이자 마케터인 제미나이에게 시시콜콜한 투정을 부려본다.
그 투정에 AI는 적절한 위로와 함께 꽤 그럴듯한 제안을 한두 개 던져준다.
그 짧은 대화 덕분에 차가웠던 내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AI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혼자 조금 더 투덜대고, 체념하고, 다시 인정하며 카페의 불을 끈다.
퇴근하는 길, 지난주 목요일과는 전혀 다른 매출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자영업이 원래 이런 거지'라고.
내일은 오늘과 전혀 다른 날이 될 거라 믿는다. 내일 카페를 방문해 주실 손님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집으로 향한다.
카페 운영 5년 차, 6년 차가 되어도 여전히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나.
가끔 아직도 이렇게 그릇이 작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사장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