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니 물욕이 싹튼다

by 읽고쓰는스캇

입춘이 지나자 이상하게 지갑이 열리려고 한다.

평소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인데,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니 갑자기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입춘을 핑계 삼아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눈에 밟히는 건 캐논 미러리스 M3이다.

디지털카메라인데 최신 제품도 아니다.

출시된 지 10년도 넘는 거 같다. 웃긴 건, 이 카메라를 예전에 갖고 있었다.

더 이상 안 쓸 것 같아서 중고로 팔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M3가 딱 나한테 맞는 카메라였다는 걸 최근 깨닫는 중이다. 적당한 크기, 적당한 화질. 카페를 운영하는 내 상황에 딱 맞는 스펙이다.


두 번째 타깃은 키보드다.

사실 집에 키보드가 꽤 있다. 아내 것까지 합치면 여섯 개쯤 된다.

그런데 오늘 키크론에서 날아온 이메일을 보고 말았다.

할인이라는 내용과 함께 내가 딱 원하던 키보드가 있었다.

설날을 앞두고 할인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이건 사라는 신호가 아닐까?


키보드를 사기 위해 스스로에게 핑계를 만들고 있다.

이 키보드를 쓰면 손목과 어깨가 편할 것 같다. 브런치 글도 더 자주 쓸 것 같다.

블로그에도 글을 자주 올리고, 블로그에 제품 리뷰를 올리면 방문자 수가 늘 것 같다.

책상 앞에 앉아서 구매 이유를 계속해서 만드는 중이다.

사면 안 되는 이유는 딱히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중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키보드 구매 욕구가 더 커졌다.

다행히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하면 키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네이버 페이에서 쌓인 포인트, 틈틈이 설문 조사로 모은 돈, 네이버 애드포스트로 벌어둔 수익.

이것저것 합치면 소정의 금액만 보태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책상에 앉아 키크론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말했다.

"내가 사줄까?" 아내의 말이 고맙지만 난 거절했다.

아내가 사주는 것도 행복하지만, 내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사야 키보드에 더 애정이 갈 것 같다.


언제 사지? 지금 바로? 내일?

막상 살 생각하니 도파민이 확 솟는다. 언박싱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묘하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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