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취미칸, 20대에도 40대에도 여전히 어렵다

by 읽고쓰는스캇

이력서 취미칸, 20대에도 30대에도 여전히 어렵다

토요일.

큰아버지 병문안을 가려던 계획이 갑자기 취소됐다.

이유는 큰아버지가 퇴원을 하게 되면서 오지 말라는 전화였다.

대신 작은아버지, 사촌형, 형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 넷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취미 이야기가 나왔다.


70이 넘으신 작은아버지의 취미는 탁구와 색소폰 연주였다.

그리고 최근 목표는 마라톤 완주라고 말씀하셨다.

풀코스는 아니어도 20km는 뛰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도 5Km는 꾸준히 뛴다고 말씀하셨다.


사촌형은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했다.

최근엔 요가로 시작했다고 했다.


형은 주에 한 번은 농구를 하고, PT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럼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에 비하면 나는?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컴퓨터 앞에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더 편하다.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이 좋다.

물론 땀 흘리는 게 좋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읽다가, 영상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끄적이는 게 더 좋다.


20대 취업 준비생 시절, 이력서에서 가장 어려운 칸이 '취미'였다.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책 읽기, 영화 보기.

만약 그때 운동을 취미로 시작했다면, 지금도 운동이 내 일상이 되어 있을까?


결국 지금의 모습은 과거의 선택이 겹겹이 쌓인 결과가 아닐까.

다음 달부터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10년 후의 내 모습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는 것.

이제 지금 내 취미이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나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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