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할 때, 가장 만만한 상담사를 찾았다.
생각이 막힐 때, 마음속 막막한 일이 생길 때,
나는 요새 AI를 찾게 된다.
카페를 운영한 지 6년이 됐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카페 운영을 아내와 얘기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였다. 며칠 동안 혼자 끙끙 앓다가, 그냥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제미나이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AI에게 사주를 물어본다는 게 좀 웃기긴 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게 제일 낮은 문턱이었다.
눈치 안 봐도 되고, 마음 편하게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거기에 더해 AI는 24시간 대기 중이니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제미나이와 함께 사주를 보기 시작했다.
사주를 보던 중, 오행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다섯 가지 기운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 오행은 이랬다.
수 3개, 토 3개, 금 1개, 목 1개 그리고 화는 0개다.
숫자만 봐서 뭔지 몰라서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그렇게 하나씩 물어보다 보니, 어느 순간 이상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꽂힌 건 많은 숫자를 보유한 수와 토였다.
수가 많으면 생각이 많다고 했다. 읽는 순간 내 얘기란 걸 바로 알았다.
카페에 혼자 있을 때 이것저것 혼자 생각하고, 퇴근하면 이거 해봐야지, 저거 해봐야지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빈둥거리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토 얘기도 흥미로웠다.
토가 많아서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AI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6년 동안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토의 기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잠깐 멈칫했다. 만약 토가 부족했다면, 카페는 지금 없었을까?
지금까지 버텨온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아내 또한 내가 꾸준히 하는 건 인정한다고 했는데 어쩌면 이것도 토의 영향이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화였다.
화가 하나도 없었다.
화는 결국엔 결과물, 열정 그리고 눈에 보이는 '재물'의 기운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좀 허무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도 됐다.
꾸준하게 하는 건 잘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항상 마무리가 아쉬울 때가 많았다.
나름 마무리에 신경 쓰고 뒷심을 쓴다고 해도 어딘가 부족한 느낌.
이것도 어쩌면 화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거기에 더해 억울한 일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도, 화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과물이 부족했던 건, 재물이 잘 안 풀리는 건 결국 화가 없어서 그런 거 같았다.
이 얘기가 묘하게 위로가 됐다.
오행을 다 보고,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답을 듣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주는 답이 아니라 렌즈다.
같은 오행, 사주라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되지 않을까?
수가 많은 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신비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같은 것도 읽는 방식이 달라지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그게 사주의 본질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이걸 다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만약 20대 때 이걸 알았다면 어땠을까?
사주를 맹신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냥 내가 갖고 있는 흐름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를 이해하는 연습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이랑은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40대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을 20대에 알았다면, 그 흐름에 맞게 조금씩이라도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겠다.
사주를 보던 제미나이가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더 했다.
"당신의 사주는 대기만성형입니다."라고.
근데 대기만성형이라고 안 하는 사주도 있긴 한 건가?
결국 AI도 좋게 얘기해 주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