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암은 걸릴 것 같아서요.

by 읽고쓰는스캇

"어차피 암은 걸릴 것 같아서요"


며칠 전, 카페에 오신 손님들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했다.

커피를 내리며 손님들의 대화를 흘려듣고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의 말이 손을 잠시 멈추게 했다.

"어차피 나중에 암은 무조건 걸릴 거 같아서 보험 하나 들었다."


말투가 담담했다. 마치 오랫동안의 고민의 흔적을 느끼지 못한 말투였다.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분이었다.

처음엔 조금 놀랐다. 저렇게 젊은데 벌써 암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다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내가 놀란 게 오히려 이상한 것 같았다.


내 주변만 돌아봐도 암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한두 분이 아니다.

뉴스에서도, SNS에서도, 심지어 지인의 지인 얘기에서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렇다면 그분의 말이 비관이 아니라 준비였던 걸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보험을 들고 있다.

매달 꼬박꼬박 납부하면서도 딱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 대화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 역시 미래의 아픔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다만 그분처럼 말로 꺼내지 않았을 뿐,


어릴 때는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살 수 있고,

건강은 노력하면 지킬 수 있다고.

근데 지금은 그 마음이 흔들린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몸은 그 상황에 적응하다 보니 더 지쳐가는 거 같다.

세상은 좋아지고, 수명은 더 오래 살아가야 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분이 보험을 드는 것보다, 암을 '언젠가는 나에게 닥칠 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분의 말 한마디에서 오랜 고민의 흔적 대신, 그냥 모든 일도 덤덤히 받아들이기로 한 결심 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날 들은 건, 보험 대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기로 한 사람의 모습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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