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저번 주부터 주행 중 차량 하부에서 전에 없던 소음이 들려 거슬렸다. 괜찮겠지 하다 결국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시동 상태, 전조등 등 여러 검사를 마친 결과는 합격! 소음 문제도 해결되었는데, 자동차 축과 바퀴를 잇는 고무가 닳아 교체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차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짓말처럼 거슬리던 소리가 사라졌다. 오래된 차도 제때 검사받고 소모품만 잘 갈아주면 오래 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잘 타던 차에서 갑자기 경고등이 켜지거나, 운전할 때 전에 없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작은 소모품 교체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오늘이었다.
A)-낡고 오래된 차량처럼, 살다 보면 우리 마음과 기억에도 좋지 않은 소음이 남을 때가 있다. 제때 정비하지 않으면 우울증 같은 병으로 번진다. 물론 미리 예방하면 좋겠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자신을 돌보지 못하다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많다. 혹시라도 부끄러운 내 마음을 누가 알까 봐 전전긍긍할 때, 정말 도움 되는 '마음 정비' 방법이 있다.
해결책) 바로 쓰기! 스스로 지금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 그게 바로 글쓰기다. 스마트폰으로 SNS에 '위로', '격려', '응원', '우울' 같은 단어 몇 글자만 쳐봐도 수많은 글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수만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하루에도 몇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경험)지난 4월부터 '가족', '자기계발' 이라는 주제로 공동 저서 작업에 참여했다. 곧 투고를 시작할 예정인데, 약 7년 동안 천 편이 넘는 글을 써왔지만 이번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다른 작가들의 초고에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지만, 나는그렇지 못했기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을 고스란히 겪어낸 기억은 악몽 같았고, '화목한 가족'이라는 말은 저와는 손톱만큼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덜어주고 싶었다. 작가가 흘린 땀방울만큼 독자의 눈물을 덜어줄 수 있는 기회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원망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악몽일 뿐이라는 걸 깨달은 뒤였으므로 가능했다. 고장 나지 않는 기계가 없듯, 제 삶도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작은 부품 하나를 갈아 끼워 제 기능을 되찾듯,
망가진 기억에 다가가 볼펜으로 색을 칠하며 '나'의 제 기능을 찾아주는 수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수리란 물건을 새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원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역할이다. 글쓰기는 바로 '나'라는 존재의 제 기능을 찾는 수리 방법이었다. 열 명의 공동 저자가 모여 각자만의 '마음 수리'를 시작했다. 행복했던 추억, 눈물로 얼룩진 기억, 아찔했던 사고 경험,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별의 악몽까지. 지난 한 달여 동안 써낸 글이 40편이나 모였다.
어떤 작가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 나 역시 큰고모 댁에서 지낸 기억이 있어 마치 그때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같았다. 이런 경험 공유는 단순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넘어,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되짚어보는 글의 밑거름이 되었다.
글쓰기는 마치 케이블 타이 같았다. 각기 다른 기억들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묶어주었다. 나를 포함한 열 명의 공동 저자 모두,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로 추억을 키우고 상처를 치유하는 삶을 꿈꿨다.
자신의 기억을 글로 옮기려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기억 하나하나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기억들을 내 손으로 직접 쓰고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나와 원망했던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초고를 마친 작가들이 줌 채팅창에 모여 소감을 나눴는데, "쓰다 보니 그때의 남편이 이해가 됐습니다", "악몽 같았던 기억이 지금 돌아보니 행복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라는 말들을 들으며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걸 발견한 적있다.
삶은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완제품이 아니다. 벽돌 하나하나 쌓아 올리며 나만의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만약 바람에 밀려 쓰러졌다면, 다시 정비하는 과정에서 삶은 오히려 더 단단해 질 수 있다. 과거의 상처도 기꺼이 마주하고 '손보면', 과거에 묶이는 대신 지금 여기서 스스로 단단하게 서는 인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을 수리하는 이 소중한 작업을 계속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더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각자의 기억에서 '수리'를 마친 소중한 추억들이 더 많이 생겨나, 그 자리에 행복이 가득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