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나아지는 중입니다

by 회색달


비가 내리는 창문 앞
그 뒷모습이 멀어진다

사랑은 끝났지만
향기는 여전히
아릿하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 생각난다.

비가 내리는 밤,

창밖은 온통 흐릿한 물방울로 번지고

기억 속 너의 뒷모습은

마치 색 번진 수채화 같았다.


사랑은 끝났지만

네가 남기고 간 향기는

빗물에 젖어

아릿하게 스며들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억지로 지우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남아 있게 두는 게

더 편할 수 있으니까.


향기를 안고

젖은 길을 한 발자국씩 걸을 때,

발걸음은 좀 무겁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흐르기도 하겠지.


하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떼다 보면

세상이 아주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할 거야.


향기가 희미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그 향기를 품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될 테니까.


결국, 아프다고 멈춰 서 있는 것보다

그대로 한 발짝이라도 내딛는 게 답이야.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듯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니까.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고,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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