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이었다.
축축한 공기가
온몸에 쩍쩍 달라붙었다.
비가 내렸지만 우산은 없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들고 나올 마음이 없었을 뿐.
걷다 보니 꽤 멀리 와 있었다.
작은 상가 앞을 지날 때
흐릿한 음악이 들려왔다.
익숙한 곡이었다.
그 노래.
너랑 같이
멈춰서 들었던 노래였다.
우산 안에서
빗방울이 천을 두드리는
'툭' '툭' '툭' 소리는
우리 둘만의 리듬처럼
조용히 이어졌다.
그 틈을 비집고
어디선가 흘러나온 음악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노래는 멀었고,
너는 가까웠다.
말은 없었고
소리만 있었다.
비와 노래, 숨소리까지.
작은 우산 안에
여름과 우리 둘, 그 노래가
겹쳐 있었다.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충분했던 날이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덥고
그 노래가 들려
한참을 서서 듣고 있었다.
빗 물에 젖은 셔츠가,
몸에 붙는 그 감촉이
그날 같았다.
그 장면 하나가 계속 발에 밟혔다.
비는 그쳤고
나는 계속 걸어갔다.
그 자리에 네가 있었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여름비는 금방 그친다고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