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래. 방황이 내게 남긴 흔적들
좀, 그랬다.
무너졌다는 말은 안 했지만,
티가 났나보다.
그냥, 아픈 사람처럼
나는 거기 있었다.
제주로 갔다.
편도로.
별다른 생각 없이.
법환포, 작은 동네.
거기서 바다랑 바람이랑 나, 셋이 있었다.
숨을 참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숨을 쉬어봤다.
노을 앞에 앉아서.
하늘이 붉게 물들더라.
거창한 다짐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속으로 중얼거렸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고.
요즘 나는 그 노을 같고 싶다.
굳이 눈에 띄지않아도,
누군가의 하루 끝에,
스며들듯
그렇게.
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나를 물들이는 중이다.
뭐, 그런 거다.
요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