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선의 감옥

74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래. 방황이 내게 남긴 흔적들

by 회색달


가끔은,

좀 크고 오래된 동물원에서 사는 기분이 든다.

울타리 안에서 사는 동물들 말이다.


그 몇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인 줄 알고 산다.

늘 거기서만 먹고 자고,

가끔은 사람들 구경하는 앞에서 재롱도 부리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사람도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좁은 시야로 세상을 단정 짓고,

다른 사람도 그 틀 안에 있길 바란다.

벗어나려는 사람은 괜히 불편하고,

때로는 잘 안 됐으면… 하는 이상한 감정까지 들고.


생각해 보면,

나도 한때는 그랬다.

틀 안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괜히 의심했고,

내가 아는 방식이 맞다고 믿었다.


그게 익숙했으니까.

그게 편했으니까.


근데,

동물원에도 사육사는 있다.

그 사람은 우리 밖에서 본다.

전체를 보고,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도 살핀다.

먹이만 주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를 조율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그림을 좀 더 크게 보는 사람.


꼭 사육사처럼 살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누가 던져주는 먹이에 목매진 않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정한 방향으로 걷는 것.

그게 더 낫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가 만든 울타리 밖에도 길은 있다고.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이 정도만 써놓고 끝내야겠다.

다 적으면 괜히 또 무거워지니까.


지치지 않을 때까지만 걷듯

여기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금만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