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래. 방황이 내게 남긴 흔적들
가끔은,
좀 크고 오래된 동물원에서 사는 기분이 든다.
울타리 안에서 사는 동물들 말이다.
그 몇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인 줄 알고 산다.
늘 거기서만 먹고 자고,
가끔은 사람들 구경하는 앞에서 재롱도 부리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사람도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좁은 시야로 세상을 단정 짓고,
다른 사람도 그 틀 안에 있길 바란다.
벗어나려는 사람은 괜히 불편하고,
때로는 잘 안 됐으면… 하는 이상한 감정까지 들고.
생각해 보면,
나도 한때는 그랬다.
틀 안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괜히 의심했고,
내가 아는 방식이 맞다고 믿었다.
그게 익숙했으니까.
그게 편했으니까.
근데,
동물원에도 사육사는 있다.
그 사람은 우리 밖에서 본다.
전체를 보고,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도 살핀다.
먹이만 주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를 조율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그림을 좀 더 크게 보는 사람.
꼭 사육사처럼 살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누가 던져주는 먹이에 목매진 않으면 좋겠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정한 방향으로 걷는 것.
그게 더 낫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가 만든 울타리 밖에도 길은 있다고.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이 정도만 써놓고 끝내야겠다.
다 적으면 괜히 또 무거워지니까.
지치지 않을 때까지만 걷듯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