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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멀리있지 않다.

by 회색달

글쓰기의 시작은 늘 쉽지 않다. 아이디어가 번뜩이지 않는 날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나열하기도 한다. 그런데 트레시 홀이 말하듯, 구구절절 나열만 있는 글에 매력은 없다. 오히려 한 가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글은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멀리 있지 않다.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진짜 소중한 순간과 생각들은 늘 일상에서, 내가 무심히 지나치던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트레시 홀은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에서 잠시 손을 떼라고 권한다. 현란한 화면과 알림 소리 대신 주변 사람들의 대화와 표정, 소소한 풍경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나도 어느 아침 산책길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며, ‘주머니에 하루의 감정’을 담는 시상을 떠올린 적이 있다. 바로 그 순간이 글의 씨앗이 된다.


글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너무 다양하다. 정제된 정치 평론 칼럼에서 깊은 생각을 얻을 수도 있고, 반려견 미용사나 렌터카 직원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글감이 생긴다. 더 나아가, 내가 지나가는 지하철 안에서 들은 짧은 대화나 술집에서 우연히 들은 농담도 충분히 한 조각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경청’과 ‘관찰’,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아이디어 한 조각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조금씩 키워 가는 일도 필요하다. 글을 쓰는 데에서 더 깊이 파고들고, 나만의 시각과 감정을 덧붙이면 그 조각은 어느새 풍성한 이야기로 변한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마법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매일 2시간씩 글쓰기 시간을 정해놓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로 걷거나, 커피숍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은근히 듣고, 내 감정과 연결되는 순간들을 적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내 시집 원고나 에세이, 더 나아가 베스트셀러에 닿는 길임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모두 주변에 무한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만이 풍성한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니 글의 출발점은 늘 ‘경청’과 ‘관찰’이라는 단순한 원칙에서부터 시작함을 잊지 말자. 이 진리가 내게도, 그리고 비롯한 모든 글을 쓰려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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