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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by 회색달

깊은 숲의 호흡이 된 비는

안개가 되어 호수를 감싸더니

천천히 사라질 자리를 찾는다.


내 걸음은 흙 위에 흔적을 남기지만

곧 지워지고,

남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길을 선명하게 만든다.


자연은 늘 그렇게 가르친다.

멈춤 속에 흐름이 있고,

사라짐 속에 이어짐이 있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고요와 움직임 사이를 건너며

한순간을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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