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의 호흡이 된 비는
안개가 되어 호수를 감싸더니
천천히 사라질 자리를 찾는다.
내 걸음은 흙 위에 흔적을 남기지만
곧 지워지고,
남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길을 선명하게 만든다.
자연은 늘 그렇게 가르친다.
멈춤 속에 흐름이 있고,
사라짐 속에 이어짐이 있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고요와 움직임 사이를 건너며
한순간을 살아낼 뿐이다.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