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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위의 봄

소양강의 四季 -봄.

by 회색달
겨울이 남긴 차가운 칼날의 흔적은
이미 물속에서 녹아 사라진 지 오래.

얼어붙었던 강은 조용히 숨을 돌리고
바람은 겨울의 냉기를 벗어던져
강 위로 내려간다.

봄 하늘엔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강물 위에는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윤슬이 흐른다.

햇살을 받은 물결은
빛을 따라 흘러가고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강과 하늘을 잇는다.

새 봄의 숨결이 강 위로 번지며
온 세상이 서서히 연둣빛으로 젖어갈 때
살아나기 시작한 가지와
잠들었던 기억,
오늘의 생명이
조용히 깨어난다.

봄은 언제나
사라짐이 아닌 시작으로 남아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의 가슴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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