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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

by 회색달


마흔이 되어

서른 즈음을 다시 들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흘러오며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데

언제부턴가

‘평범하다’는 말이

괜히 서운하게 들렸다.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가

대기업에 들어가 성과를 냈다며

자랑삼아 말하는데

나는 그냥 “오, 잘 됐네.” 하고

웃어주었다.


그러다 자리를 일어서고 나면

이상하게 온몸이 무거웠다.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남이 잘 나간다고

내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비교는 버릇일 뿐이다.

그냥, 오늘 하루

잘 버틴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 라고.


고맙게도 이런 생각이

성공을 당장 데려오진 않아도,

적어도 오늘은

넘어지지 않게 해 준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

버티다 보면

언젠간

내 속도도 맞춰지겠지.




씀이라는 어플이 나의 첫 글쓰기 앱이었다.

그 때의 기록을 되짚으며 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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