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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이별

by 회색달

어제까지 버겁게 내리쬐던 햇살이

오늘은 저녁노을로 가려졌다.

방 안 가득 물든 붉은빛과

찾아온 적막이

너에 대한 기억 하나를 데려왔다.

계절이 그렇듯,

사람의 마음도

어제와 이별을 잘하지 못한다.

이별은 늘 어색하다.

가슴에 묻힌다.

누군가는 덜 힘들다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아직 그게 안 된다.

술잔을 들면 괜히 무겁고,

노을이 번질 때면

그 속에서 네 모습이 흩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다 옅어진다던데,

나는

지금도 그쪽으로 발이 먼저 향한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있다 했지.

하지만 나는 끝내

무언가를 남기려 했다.

그게 미련이었고, 서툼이었다.

노을이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공기마저 가벼워지는 계절에서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느끼는 게

아마 이별의 과정일 거다.

나는 여전히 서툴다.

잘 보내지도 못하고,

잘 잊지도 못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조금은 나아질 거라 믿는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계절과

서툴게, 이별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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