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부딪히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부서졌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었다.
조각들은 흩어진 척하다가
어딘가에서 다시 모였다.
그땐 더 단단하고
더 낯선 빛으로 반짝였다.
넘어졌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었다.
다른 모습을 위해
잠시 흩어졌을 뿐이었으니까.
내가 할 일은,
깨진 조각들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조각 하나를 놓치지 않는 일.
그 빛이
내가 다시 걸어갈 방향이니까.
그리고는 나는 다시 묻는다.
나는 이 빛으로 어떤 모양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