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가끔 하루가 점 하나로 줄어든다.
회의에서 잠깐의 일, 메일에 적힌 한 문장,
상대의 짧은 순간 멈춘 표정 같은 것들.
오날도 그랬다.
일은 평소 같았고
퇴근 시간도 어제와 같은 밤 아홉 시였다.
그런데도 집에 와 떠오른 건
하루의 대부분이 아니라,
잠깐의 그 순간이었다.
처음엔 이 점은 작았다.
문제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했다.
누군가는 기억하지 못했을 일이테지만
내가 자꾸 바라보는 동안
그 점은 계속 커졌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실수는 한 번인데,
생각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생각보다 점이 계속 커져만 갔다.
잠자리에 들 때 즘 돼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내일도 같은 곳으로 출근해야 했고
같은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걸.
또한 점은 있었지만
분명히 여백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점이 생기면 잠깐만 생각하고 지나가고 싶다.
붙잡고 설명하지 않고,
의미를 과하게 만들지도 않도록.
그날의 일부로만 두고
다음 일을 할 수 있게.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바탕화면의 파일을 정리하고,
해야 할 말을 다시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하루는 다시 넓어진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틀림없이 점 앞에 멈출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하루를 접지 않고
조금 비켜서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