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아무리 밝은 빛도 내가 있어야 밝은 줄 안다.
불이 켜져 있어도 마음이 닫혀 있으면 어둡다.
세상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데, 마음은 자꾸 흐려진다.
마음이 넉넉하면 바람이 불어도 덜 춥다. 같은 온도인데도 그렇다. 행복이라는 건 원래 그런 감정이다. 크게 웃지 않아도, 숨이 가득 찼다가 한 뼘 정도 편하게 내려앉는 상태.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멀리 가려고 한다. 거기까지 가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마음을 맡긴다. 그러다 보면 지금 손에 쥔 것들을 쉽게 흘려보낸다.
지금 느끼는 감정에 아주 작은 힘만 더 보태면 어떨까.추우면 옷을 한 겹 더 입고, 기운이 없으면 동전 노래방에 들러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잘 부를 필요는 없다. 끝까지 부르면 된다.
행복은 채워야 할 과제가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가끔 허락되는 순간에 가깝다. 오늘 별일 없이 지나갔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날이 진짜다.
못 느꼈다면 그 또한 괜찮다. 행복에는 의무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