딛다.

by 회색달

침묵이 뼈에 스며드는 밤에도
발은 제 박자로 나아간다.


흙먼지 속, 사라지는 시야.
나는 멀어지는 지평을 놓지 않았다.


아무도 모를 발바닥의 통증을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위에
하나씩 새기며


오늘을 맞춰 디딜 뿐.


수일 동안 박힌 굳은살은
끝내 아무 말이 없다.


땀과 먼지 사이로
오늘이 저물고


한 방향으로만 이어진 대열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나는 또 하루를 건너간다.


흐려지는 마음을
멀리 선 가로등 불 하나가
대신 흔들어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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