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기록이다

서사의 위기를 읽다가

by 회색달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자주 끌어왔다.
고민, 막연한 걱정, 형체 없는 두려움 같은 것들로
오늘의 나를 스스로 괴롭히면서.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인내’는 틀렸다는 것을.

인내는 버티는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선택하는 힘이었다.

빛이든, 이별이든, 중독이든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보라, 기록이다.
기록하기 위해 인내하라.
이후에는 기록으로 인내하라.



매거진의 이전글왜 내 글은 1000자에서 멈출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