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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Mar 20. 2024

글 쓰기 :  인생 쓰기

구독자 서른 분을 위한 마음

네. 구독자가 서른 분이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려드리고자 올립니다.


서울에서 출발 한 버스 안. 실내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암흑 속 간간이 들리는 사람들의 숨소리.  잠시 눈을 붙이려고 의자를 뒤로 젖혔습니다.


 창 밖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창문에 새겨졌다가 사라지기를 수 차례.  어느새 버스는 혼잡한 도로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폰을 쥐고 있었던 오른 손바닥에 작은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의 액정 밝기를 줄여 무슨 일인가 확인했습니다.

대번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의자를 세우고 바로 앉아 제 글에 관심과 저에게 구독을 눌러주신 분들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전 현직 작가, 프리랜서, 주부, 학생 외에도 저처럼 작가라는 일을 동경하여 글을 시작한 분도 계셨습니다.


'이분들께 내가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도 했다고, 손수 구독을 눌러주셨나' 싶으면서도 내심 기뻤습니다. 이제는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요.


'나'라는 사람은 몸은 어떨지 몰라도 정신이 약합니다. 툭하면 잘 부러집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빼앗겨 하루종일 온 신경이 곤두서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감정이 태도로 되어가는 내가 미치도록 미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분풀이용의 글 쓰기. 사람들에게 화살을 던지지 못하도록, 내가 만들어낸 부정적 감정은 내 손으로 치우도록 하기 위해 만든 쓰레기통이 글 쓰기였습니다.


결과 온통 욕과 분노, 시기, 짜증만 가득했던 글이 전부였지만 신기하게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최소한 내 감정 하나로 주변 사람들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줄어들었습니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 A와 B가 했던 말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미안함과 감사함, 행복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하다면 이 또한 만족함으로 느끼며 어떻게든 한 줄, 두  줄 채워갔습니다. 이번엔 그동안 나와 대화 몇 마디 나눈 적 없는 동료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도 출근 후에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모습에 본인들도 배워야겠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무언가 가슴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이 막히고 괜히 얼굴이 상기됐습니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심해졌습니다. 꼭 축구 경기를 직접 하다가 골을 넣은 기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골인 지점을 통과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 글 쓰기는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넘어질 것 같은 순간에도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 줬고 지쳐 있을 땐 다시 손을 내밀어 줬습니다.

'다시 하면 돼'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을 스스로 되뇌기도 했습니다. 이 전부가 글 쓰기를 시작한 제 삶의 전부라면 믿어지시겠습니까.


바닷 가 모래알을 하나씩 손으로 들어 세듯 내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남기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서른 분의 귀에 좋은 말, 행복한 말 만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담아 여러분의 내일도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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