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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Apr 24. 2024

행복해지기 위한 단순한 방법



환절기 탓만 하기에는 몸 상태가 심각했다.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 건 삼 일 전, 몇 년 만에 대전을 찾은 일요일 오후부터다.


첫날 저녁에는 별 느낌 없었다. 마치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체온도 정상 수준이었고, 기침이나 콧물도 나지 않았다.


이튿날 목이 붓기시작하더니 밥을 먹기 힘들 정도로 구멍이 좁아졌다.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문제는 인근에서 날아드는 소나무의 송진가루. 호흡기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

나이 마흔이 되기까지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여태껏 등산도 잘 다녔는데 알레르기라니.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집에 와서는 침대 위에 그대로 쓰러지다시피 했다.


세쨋날 아침. 오늘일이다. 눈까지 붓었다. 온몸을 누가 밟는 기분. 몸살까지 왔나 싶어 이번엔 다른 병원을 찾았다. 체온을 재보니 39.5도.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감기가 떠올랐다. 그 걸 이겨내 보고자 운동도 하고 영양제며 뭐든 잘 먹었는데, 낯선 곳에 와 지내느라 면역력이 적응을 못했나 싶었다.


급하게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 주사 한 대를 맞고 오른쪽 팔에 수액바늘을 꽂았다. 열 때문인지, 바늘이 피부를 뚫는 고통도 못 느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른 기분.


집 떠나 객지에서 아프면 서럽다고, 그 말이 딱 맞다. 누워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딱 떨어졌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건강이 제일인데.


문득 살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하며 뒤쫓던 때가 생각났다. 계좌에 찍힌 돈의 액수가 크면 행복할까?, 넓은 집에 살면 행복할까?, 좋은 차를 가진다면 행복할까?. 등 등. 몇 년 동안 뒤쫓던 미지의 세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삶은 행복에 대해 해답을 줬는데, 별것 없었다. 그저  저 끝에 있는 목표를 쫓지 말고 ,만족수준을낮추는 것. 대신  여정을 즐기다 보면 매 순간 행복 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벽에 걸려있는 노란색 수액 비닐 팩이 어느새 투명해지기 시작했. 열도 어느 정도 내렸는지 어지러움까지 덜 했다. 어떠한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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