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당첨되려면 우선 복권을 사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고 매주 빠짐없이 산다고 해서 반드시 당첨되는 것도 아니다. 그 행운이 내 차례로 돌아올지, 아니면 끝내 스쳐 지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다른 종류의 ‘당첨권’도 있다면?
확률에 맡기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손을 움직이는 만큼 쌓인다. 바로 글쓰기라는 행운이다.
우리는 대부분 읽는 데 익숙하다. 기사, SNS 글 하나를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저장해 둔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어떨까? 금세 흐릿해진다.
좋은 글을 읽고 “맞아, 나도 이렇게 생각했어”라고 느끼면서도, 정작 그 생각을 내 문장으로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짧게 적어보기 시작했다. '왜 이 문장이 좋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다른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몇 줄 쓰지 않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있었다. 결국 글쓰기는 무작정 읽기가 아니라, 한 걸음 옮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생각보다 많은 ‘내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쓰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이나 글을 쓰려다 덮어버린 날이 더 많다. '이걸 써서 뭐가 되지?', '이 정도로는 별로인데.' 대부분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은 기준을 바꿔봤다. 잘 쓰는 건 포기하고, 대신 끝까지 쓰는 것만 해보자고. 문장이 어색해도 그냥 두자고. 한참을 씨름 끝에 겨우 한 페이지를 채웠다. 어쨌든 나는 끝까지 다 썼다.
그 이후로 잘 쓴 글보다, 끝까지 간 글을 남기는 중이다.
글쓰기는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다듬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연습이다.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 같은 이들도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록하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은 결과다.
위인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한 번쯤 꺼내어 적어보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이게 불편하지?', '내가 원하는 방향이 맞나?' 이런 질문이 단어가 되고, 문장으로 성장하는 순간, 막연하기만 했던 고민은 조금씩 형태를 갖는다.
그때부터 고민과 질문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닌, 대면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귀찮고, 때로는 괜히 시작했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도 쉽게 놓지 못하는 중이다. 쓰지 않으면 내 생각은 금방 사라질까 봐. 세상 속 안개에 녹아, 정작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점점 흐려질까 봐.
내가 고른 단어로 나를 한 줄 한 줄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운에 맡기는 일이 아니다. 쓰는 만큼 쌓이고, 남는 일이다. 로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행운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자신을 잊지 않는다는 가장 정직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