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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r 23. 2024

6.좋아하는 글 쓰기

인정받는 글 쓰기보다 좋아하는 글을 쓰기

 몇 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지역 내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1주일에 한 번, 매주 토요일 저녁 여덟 시의 만남. 이곳에서 함께하는 대학생이었던 A양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을 치료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제 막 대학원에 진학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B 군은 일주일 만에 얻는 쉼표라고도 했다. 무작정 책이 좋아 참석했었던 나로서는 이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 많이 팔린 책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의 객관성은 인정을 받았으리라 생각한 결과였다. 또한, 책의 판매 부수와 유명 저자의 이야기가 읽기 좋은 내용이라고도 생각했다. 당연히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책, 자기 계발이나 성공에 관한 내용만이 좋은 책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나 또한 성공이라는 욕망에 매달렸다. 직장 내 좋은 인사고과를 통해 빠른 승진, 어디에 가도 기죽지 않을 만한 자동차 한 대는 가지고 있어야 ‘성공’ 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만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성공’을 갈망하지 않는다. 성공이란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부터다.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에 대한 의미,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는 나다. 결국, 나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며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을 미지의 성공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느껴보기로 했다. 성공을 향해 무작정 걷다가 지쳐 방황하는 이유는 너무 결과에만 매달려 있었고, 중간에 경험한 나의 즐거움은 안위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     


 지금의 나는 수필과 좋아하는 장르의 시를 쓰며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 19 이후 와해한 독서 모임은 과거의 일로 덮어두어야 했기에 (대부분 직장 문제로 이사를 했다) 주말에는 혼자 책을 들고, 도서관이며 카페를 찾아 혼자만의 온전한 시간을 즐긴다. 때로는 도시 사이의 오늘의 해넘이를 보며, 때로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남겨진 수많은 그날의 흔적을 회상하며. 가끔 만족할만한 마침표를 찍게 될 땐 오늘 하루를 최고로 보낸 기분까지 드는 날도 있고.     


 현재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 하루를 마치며 지금의 순간을 영원히 남도록 기록으로 남기는 행복. 이 과정은 바쁘게 하루를 보내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글을 쓰지는 않기로 했다. 내가 좋은 기분 남겨두어야 읽는 사람 역시 그럴 테니까.     


 바라건대, 오늘 남기는 글의 여운은 오래갔으면 한다. 어제도, 오늘도 미처 챙 지지 못했던 순간의 순간을 위해서라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으면 하는 마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삶의 성공은 노력한 만큼 약속되어 있지는 않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행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오늘을 조금 더 웃으며 마음속 불안까지 글로 남겨 보면 어떨까?. 오늘의 불안, 걱정, 근심이 내일의 나에게 느는 기회로 다가올지 모르지 않는가.     


* 23.11.17 :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의 글. 무언가의 대가를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단지 과거의 내가 남겨둔 흔적을 뒤따라 걸어가며 앞으로의 놓여질 돌 다리 하나 하나  두들겨 보는 중이다. 마음속 불안 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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