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숨 한 번 내쉬었더니 창문에 도화지가 생겼다.
달과 별빛을 펜 삼아 당신을 그리려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창백한 입 김 위에 다시 그려보지만
조금씩 희미해지는 당신.
그리기를 반복하다가,
창문 탓을 하고
날씨 탓을 하고
내 탓을 하다가
끝내 당신을 그리지 못했다.
지갑 속 넣어둔 사진을 다시 봤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당신의 얼굴이.
다시는 볼 수 없는 당신의 얼굴이.
“회색달은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담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달빛입니다. 나는 이 빛을 따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언젠가 더 선명한 빛으로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