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달리 Mar 26. 2024

25.행복에도 높이가 있다면

아픔을 위로하는 방법

 ‘모든 불행과 괴로움에서 위안을 얻으려면 자신보다 더 비참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 건강한 사람이 비참하다고 느낄 때는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아가 보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위치에 있는가를 깨닫고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였던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어느 말도 내 마음의 위로가 되지 않았을 때가 있다. 이때 책 몇 권이 나에게 빛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제일의 취미이자, 제2의 삶인 ‘쓰는 사람’을 꿈꾸는 나에게 오늘날 책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마음에 온통 슬픔과 고통만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지독하게 이를 악물고 참아야만 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알코올 중독,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어느새 희망이라는 말보다는 절망감으로 겹겹이 껴입어 무더운 여름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는 상황이 됐다.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과 밝게 지내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들을 대신하여 마주한 건 투명한 유리잔과 넘쳐흐르는 달콤한 향의 액체.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자신을 괴롭혔다. 주말에는 침대에 누워 맥없이 천장만 바라보다가 잠을 청하던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템플스테이’이라는 일종의 문화 체험에 참석한 적 있다. 늘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내 모습에 혀를 차며 억지로 끌고 간 곳. 그곳에서 절의 주지 스님과 만나 차담을 나누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작아졌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위암 진단 소식을 들려줬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다고 했다. 모두 슬픈 영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그동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바늘 몇 개가 일렁거렸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이 전부였던 내가 바뀌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만큼은 나의 위로였고 나의 아픔이 상대에게는 격려였다.


3박 4일의 일정 도안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삶을 혼자 걸어가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 대웅전을 나서는 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아픔을 덜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람 사는 곳은 달라도 사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일터로 향하고, 식사하며 열심히 하루를 보낸다. 가끔은 동료, 가족,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는 기뻐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꺼이 함께 눈물도 흘려준다. 그게 사람이다.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수도 있고 이 덕분에 상대의 고통의 깊이를 채워주는 것.     


 내가 겪은 아픔이야 삶의 과정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통과의례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람들의 표정과 숨소리까지도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퇴근하고는 늘 모니터에 앉게 된다.


 인생은 수많은 경험이 쌓이고 다시 녹아내린 퇴적이다. 나의 경험은 누군가의 발판이 되어 일어서는데 필요한 지지 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수년, 연습장이며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적어놓은 기억을 하나둘 꺼내어 브런치에 옮기는 중이다. 그동안 긴 시간을 혼자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신은 이겨낼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각자가 겪고 있거나, 겪었을지도 모를 아픔의 모양과 크기가 조금은 닳아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오늘의 경험이 또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4.어제의 아픔이, 오늘의 성장이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