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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Apr 25. 2024

33.최고의 독서방법

정민 작가의 <책벌레와 독서광>을 읽어보면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아홉 가지나 되는 활동이 정리되어 있다.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은 ‘겨우 책 한 권으로 무슨….;’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한 줄 두 줄 읽다 보면 스스로 깨닫게 된다. 독서는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영역이라는 것을.


평소 책 한 권 읽지 않던 사람이 제대로 독서를 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나를 보면 알 수 있다. 주변에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필요했던 노력 중 하나였다. 지금부터 독서를 통해 180도 변한 내 삶과, 어떤 방법으로 독서를 했는지 소개하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시간 보내기용, 혹은 단순 재미에 그칠지 몰라도 지난 6년 동안 독서를 쉬지 않고 이어온 나에게는 이 행동 하나로 얻은 효과가 많다. 적어도 취미의 한 가지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하나의 무기가 된 지 오래다. 직장에서 업무에 필요한 의사를 발표할 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할 때 필요한 자신감과, 말하는 방법은 모두 독서를 통해 얻은 결과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생존 독서인 셈이다.    

 

 업무 목적상 여러 곳으로 이동하며 강연과 교육을 주관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독서습관 만드는 방법’에 관한 강연을 맡기로 한 날이었다. 새로운 교육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이틀 남짓.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유익한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고민 끝에 문을 두들긴 곳은 수많은 자료가 있는 국회도서관. 추가자료를 얻기 위해 인터넷 영상도 뒤졌다. 이때 중요한 건 아무런 기준 없이 무턱대고 자료 수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틀을 정해 놓는 것이다.


 교육목적에 맞는 자료를 대략 정해 놓은 후, 자료의 순서를 앞뒤에 배치하는 것. 마치 친한 친구 한 명을 옆에 앉혀놓고는 잘 알지 못하는 정보를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과정과 같다. 나는 이 과정을 ‘스토리 텔링’이라 부른다. 작년 출간을 마친 E-book <독서습관 만드는 3가지 방법> 역시 이 과정을 거쳤다. 강의안과 E-book까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자료가 바로 정민 작가의 <책벌레와 독서광>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그 외 독서와 메모에 관한 수많은 책을 읽고 집필한 정민 작가의 저서에는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옛사람들은 그냥 눈으로 읽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무려 아홉 가지의 변주를 즐겼다. 독서(讀書), 간서(看書), 초서(抄書), 교서(校書), 평서(評書), 저서(著書), 장서(藏書), 차서(借書), 포서(曝書).

 누군가는 한 문으로 쓰여 있어 쳐다도 보기 싫다고 하겠지만, 아홉 가지 말은 있어 보이게 써놓은 것뿐, 하나씩 따져보면 우리가 초등교육 때부터 고등교육 때까지 의무적으로 해왔던 일이다.


 책을 읽는다고 하여 독서, 책을 소리 없이 눈으로 본다고 하여 간서, 죽을 때까지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을 보관하는 장서, 책 속 인상 깊은 문장을 정리하는 초서, 그 외에도 책을 바로 잡는 교서, 비평하는 평서, 책을 쓰는 저서, 빌리는 차서, 마지막으로 햇볕에 쬐고 바람에 쏘이는 폭서까지.


 그중 독서 초보임에도 고수처럼 보이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초서(抄書)’다. 다른 말로 필사, 베껴 옮겨 쓰기와 비슷하지만, 단순히 베끼는 건 기억에 남는 시간이 짧으므로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독서법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완독은 어떻게 보면 사치다. 가만히 앉아 책장을 넘기는 일이 비생산적일 수도 있고 그 외에도 해야 하는 일이 수 십 가지인데 효율적인 면에서 한 참 떨어진다고 생각할 일이다. 그런데도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방법이 바로 초서다.


 초서는 뽑을 초, '필요한 것을 뽑아서 기록하다'라는 말을 이용하여 읽기 전부터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염두에 두어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 몇 가지를 뽑아 왜 이 문장에서 내가 멈추었는지 하는 생각도 정리하는 독서방법이다. 이걸 책 중간 여백에 남겨놓든, 메모지를 활용하든 방법은 개인의 취향이고.

처음에는 이 과정 자체가 어려울지 몰라도, 개인의 취향이나 최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야에 조금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싶은 이들에게는 유용한 팁이다.


 특히 나처럼 ‘여러 명 앞에 설 때면 손에 흐르는 식은땀과 흔들리는 두 다리를 숨기느라 애쓰는 나’를 극복하려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발표 잘하는 방법’이나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는 방법’ 등을 찾는 ‘유리 같은 정신력’에 만큼은 꽤 유용하다.


 수십, 수백만 원의 강의료를 내어 수업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해결, 책일 수는 있겠으나 그 들의 비결이 정리된단 돈 몇만 원짜리 종이 묶음으로 약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면, 현대인들이 그토록 따지는 '가성비'가 또 있을까.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되도록 다시 꺼내지 않는다. 번거로운 일이다.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면 차라리 다른 저자의 책을 읽는다. 대신 한 권을 읽더라도 문장 한 줄을 아껴 읽는다. 눈으로 대충 흘려보내지 않는다. 마치 내 앞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자의 입술에서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야 한다. 3년 전 지인의 선물로 받은 벽돌만 한 책이다. 쪽 수나 크기가 일반 책 보다 두 배 이상이다. 무게도 상당해서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학 전공 서적쯤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법은 하니, 초서다. 오늘날 수필이라는 하나의 문학 장르에 있어 시초라고 불리는 <수상록>을 몇 쪽을 정리해서 서평도 남겨야겠다. 독후감도 써보고, 인터넷에도 올려야겠다.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한 사람의 수많은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를 나는 몇 시간으로 얻을 수 있으니 독서야말로 바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있는 배움이다. 책 한 권 읽기 힘들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초서를 추천한다. 책 한이 내 삶의 든든한 무기가 될지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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