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어디가 틀린 거지?

by 회색달



두 번째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쓰다 말 다를 반복하다 결국 빛 보지 못한 기억을 꺼내어 볕 좋은 날에 말리는 기분다. 우울과 분노로 가득 찬 날이 많았다. 이런 글을 써도 될지. 사람들에게 말해도 될지 고민됐다. 그 때문이었을까,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 곧바로 돌입한 계획이었건만 계속해서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오타도 문제지만, 맞춤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너무 많습니다. 몇 차례 퇴고를 더 진행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3번째 퇴고에서 받은 피드백. 처음 원고의 일부를 수정하고 어느 부분은 아예 통째로 뜯어고친 곳도 있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건 무조건 '거절' 회신 메일 가운데 받은 첫 정성 담긴 피드백이라는 것.


'맞춤법이라...; 대체 어디가 틀린 거지?. ' 이럴 때가 가장 어렵다. 틀렸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가 잘못된 건지 해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부딪힌 많은 문제 속에서 방황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해설지도, 어떠한 공식도 없는 인생 문제 '


마음을 가라앉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고 했던가, 내가 그랬다. 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감싸쥐웠다. 한글에서 맞춤법 검색기능 (F8) 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 나아가 한 차례 수정을 마친 뒤에는 인터넷 창을 열어 '맞춤법 검사기'에 재 점검을 했다.

총 35편, 한 편당 A4용지 2페이지를 가득 채운 수백만 개가 넘는 글자 하나, 문장 하나 들여다봤다.


결론적으로는 아직도 나는 퇴고를 진행 중이다 느덧 여섯 번째. 언제 끝이 날지는 모르겠으나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이전의 포기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첫 책을 출간했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했을 때의 만족과 희열, 기쁨, 감동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번 도전 역시 포기만 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첫 책 출간 이후 단편 수필을 계속 썼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의지가 시들해졌다. 쓰기에 지친 탓으로 여기고 퇴근 후에에는 아예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자격증 공부다, 어학 강좌 영상을 조용히 시청하고 있었다. 나는 열람실 가운데에 가방을 올려두고는 책을 꺼냈다. 아웃 풋이 없다면 인 풋을 채워 넣기 위한 방법이었다.


도서관은 직장과 집 사이에 있어 퇴근 후 다니기 편했다. 의지가 부족하다면 환경에 나를 끼어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복도 게시판에 걸린 소식을 자세히 봤다.

대부분 문화행사 관련 내용이었지만 간혹 글 쓰기 강좌가 열린다는 안내를 본 적 있다. 매번 직장을 핑계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주말에 특강이 있다는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밑에 적힌 연락처로 참석 희망 문자를 보냈다. 열람실에 앉아 책을 폈다. '프로 독서가'가 된 것처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쉬지 않고 읽었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일상의 주가 독서가됐다. 쓰기에서 관심 조금씩 멀어졌다.


새해가 되면, 전국 수많은 공모전 공고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과거 도전 경험이 있는 공모전 안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재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도 목표를 세웠으니 조금 더 쓰기에 집중할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 같다. 처음 며칠은 마음잡고 썼다. 그러다 직장에서 퇴근이 늦어질 때면 도서관에 들르지 못했고 그러면서 글쓰기, 독서, 아니 공모전 준비의 다짐까지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공모전 마감 일정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이번에는 그냥 포기해야겠다.'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써놓은 글을 퇴고할 시간도 부족해 보였다.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도서관이 안되면 독서실로 가면 될 것을 그동안 시간과 직장 탓을 했던 나를 반성했다. 모든 건 마음에서 시작한다. 실패와 성공은 단 한 가지로 나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어찌 됐든 시작한 이상, 계속해야 했고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만 같았다. 토, 일 주말 동안 독서실에 앉아 퇴고를 마쳤고 결국 공모 마감까지 몇 분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제출을 눌렀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낯선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입선 소식이었다. 첫 도전에서 느꼈던 탈락의 씁쓸함과 마침내 '해냈다'라는 희열이 동시에 느껴졌다. 포기하려고 했던 마음과 주말까지 반납하며 애썼던 묘하게 교차했다.

하지만 결국 이겨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려거든 열 번을 고쳐 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고에 들이는 시간이 더 많다는 말이다. 단 한 줄도 쉽게 읽지 않았다. 불필요한 문장이 있다면 과감히 지웠다. 삶의 필요하지 않은 시간, 짐, 관계, 기억도 치워버렸다.

벽 앞에서 물러나지 않고 기어이 이겨낸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많은 거절과 좌절 속에서도 얻어낸 작은 성취. 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극복한 경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르막이 있으면 늘 내리막이 있다.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순풍을 맞으며 쉽게 해결할 달려 내려갈 수 있다.


맞춤법 하나 올바르게 쓰지 못하던 내가, 글을 완성하고 공모전 합격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고통은 순간이고, 희열은 오래라는 걸 계속해서 글 쓰기를 통해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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