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 이름을 새긴 책 한 권 써보기로 다짐 한 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 즈음이었다. 각종 뉴스 메인 포털에는 확진자 증가 소식만 가득했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는 심해졌고 각자의 표정까지 마스크 속으로 가려졌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책 쓰기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강의 장으로 차를 몰면서도 마음이 불안했다. '혹시라도 나까지 확진되면 어떡하지?'.
다행인 건 집합 금지 명령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을 때였다. 걱정반 기대반 마음으로 마스크를 고쳐 썼다.
마음이 불안해서였을까, 처음의 다짐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 대신 '불신'과 '불안'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 찼다. '내가 할 수는 있을까?'
그저 막연히 지금까지 시간을 들여 집과 강의장을 오갔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스승님께서는 매 수업마다 '쓸 수 있다.''써야 바뀐다' 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이어온 책 쓰기. '노력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꿨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든 건 아니라는 것.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온라인으로 출간하는 전자책이 유행처럼 생겼다.
때를 같이해, '책 출간을 조금 미루고 전자책 출간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스승님의 권유가 있었다. '전자책? 말로는 많이 들어봤는데, 내가 전자책을 쓸 수는 있는 걸까?. 하물며 지금까지 써오던 내용은 접어두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인데, 가능한 일일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전자책이 시중에 출간되는 종이 서적보다 두께도 얇고, 형식도 다양해 굳이 책의 형태를 띠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누구는 파워포인트를 엮어 만들어 파일 형식으로 발행하기도 했고, 또 누구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노하우를 정리해서 낱장으로 스캔 후 동일하게 파일형식으로 발행했다. 즉 독자에게 작가의 경험을 전하는 과정이 중요하지, 형태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말.
어떤 분야의 경험을 써야 할지 고민 자체가 없었다. 독서를 통해 변한 내 삶.과정에서 겪은 경험담과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써보기로 했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한 도전이었다. 이미 세상엔 자신만의 독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을 테니까.
중요한 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자신의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생각도 뒷받침했다.
E book 출간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이 마냥 신기했다. 온라인 출판사를 검색했다. 내가 출간하려는 주제와 비슷한 서적이 있는지 찾아봤다. '○몽, ' 'Y○○24''c○○○○1'등이 나왔다. 그중에서 '유페이퍼' 사이트를 선택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기도 했고 온라인 출간의 원조 격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용자 수가 많았다. 이런 곳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미 모든 과정은 전자책 쓰기 수업에서 경험했었던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
"이제 멈추지 않고 계속해보는 겁니다. 30일만 눈 딱 감고 해 보세요!"
스승님의 응원에 힘입어 곧바로 원고 작성에 돌입
했다. 목표는 30일, 그 안에 원고 완성, 온라인 출판사의 출간 승인까지를 계획했다.
"벌써 절반을 쓰셨어요?. 이 정도면 엄청 잘하고 계신 겁니다. 그럼 앞으로 절반도 안 남았네요? 끝까지 완결 지어 봅시다."
중간중간 스승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밤늦은 시간 퇴근 후 피곤함에 모니터 앞에 앉기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다짐한 기억을 되뇌며 썼다. 절반 정도를 완성하자 머리가 가벼워졌다. 원고를 채워가는 손도 더 빨라졌다. 총 열 편의 단편을 쓰기로 했는데 이미 다섯 편을 완성했다. 완결 짓기로 한 기한은 아직 절반이 더 남았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할 땐 어렵다. 어색하고 낯선 경험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이런 고통이 거짓말처럼사라지는 순간이 오는데 마치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바퀴가 굴러가는 자전거를 탄 기분이 든다. '내가 이렇게 쓸 수가 있었나?'
멈추지 않았다. 매일 쓰고 수정했다. 감기 증세가 심했던 날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겨우 이 정도에 누워 있다가는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정은 아직 며칠의 여유가 있었지만 차라리 미리 끝내놓고 퇴고에 좀 더 기운을 쓰자는 생각에 이십일을 쉬지 않았다.
마침내 마지막 글의 마침표를 찍었다. 장장 이십오일의 긴 달리기였다. 숨을 골랐다. 뒷목이 뻐근했다. 손 목이 시큰 거렸다. 따가운 눈에 점안액 몇 방울을 넣었다.
며칠이 지나 출판사로부터 출간 승인 안내를 받았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내가 겪은 경험이 책으로 나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나의 첫 책 쓰기 도전기. 지금도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E book 출간은 나에게 '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여전히 오프라인 도서를 출간 이력은 없지만 그 이후로 몇몇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조금씩 성장 중이다.
친구, 동료들에게 Ebook 출간 소식을 알렸다.
'뭐? 네가?''와 선배님 축하드립니다.'라며 놀라움과 축하 소식을 보내왔다. 내가 전자책을 쓰게 될 줄이야, 그걸 내가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