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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Jun 16. 2024

39. 직장인의 사이버대학 수강 비법

 ‘아, 벌써 월요일이네. 이번 주 강의 시작됐겠다. 아침에 챙겨 온 노트북이 있으니까, 퇴근길에 도서관에 가서 수강해야지.’ 사이버 대학 4학년 1학기. 이름도 거창하다. 문예 창작학과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가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사이버 대학에 편입했다. 올해 나이 마흔. 작년에 시작한 3학년 과정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성적 우수 장학금을 기대하며 수강에 빠지지 않았다. 과제며 토론, 질의까지 점수에 반영된다는 항목은 정성 들여 제출했다. 중간과 기말고사 시험 준비도 철저히 했다. 미리 과목별 학습 내용을 출력해서는 바인더로 만들어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에 밑줄을 긋고 정리했다.


 그러나 직장인이 대학 생활까지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사이버 대학이라 한들 수업에 꼬박 참석해야 했고 무엇보다 밤늦게 퇴근할 땐 졸린 눈을 비비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나 팀장!”. “나 팀장!” “네!” “아니, 몇 번을 불러야 대답하는 거야? 밤에 뭐 해? 뭐 하노라 업무 시간에 넋 놓고 있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무슨 일 때문에 부르셨습니까?”. “저번 주 자금 결산 철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은데 좀 가지고 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잠이라도 깨고 오고.”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2년제 대학 생활이다. 직장과 도서관을 교대로 다닌 지 만 2년째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회사 기록물 실로 향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들은 퇴근 후에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안다. 도서관을 다니며, 시험 기간에는 독서실까지 다녔다. 그 모습에 대부분 하는 말이 ‘아니 일도 피곤할 텐데 대학교까지 다닌다고.?, 어휴 나는 못 해. 과장님이 대단한 거지.’.


나라고 무슨 특급 비결이 있어서 이렇게 대학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던 걸까?. 단지 하루를 어떻게든 계획성 있게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몇몇은 비결이 궁금하다고 방법을 물었다. 어떻게 하면 학교 수업에, 취미로 글쓰기, 책 쓰기까지 할 수 있느냐고.


 먼저 말했듯 직장인의 삶은 시간과 싸움이다. 나 또한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매일 아침 6시면 눈을 떠 기본 루틴대로 생활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단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하나 바뀐 게 있다. 눈을 뜨자마자 수업을 켜놓는 일이다. 누구는 출근 준비하기도 바쁜 시간이라고 하지만 찬물 한잔 마시면서 하루 10분 20분 잠깐 앉아 수업을 들으면 된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나머지 수업에 참석했다. 퇴근 후에는 일부러 도서관으로 차를 향했다.


보통 퇴근이 저녁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다. 퇴근길에 있는 도서관은 밤 열 시까지 운영하므로 대략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들어도 될 것 같지만 사람 마음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잠에 빠지니 그걸 미리 방지하고자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특히 인근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개씩 있다 보니 시험 기간엔 학생들로 북적이는 도서관은 늦깎이 대학생인 나에게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가 됐다. 종종 직장에서의 회식이 있을 때도 되도록 술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집에 귀가해서라도 수업을 들었다. 좋은 점이 있었다. 단순히 수업에 빠지는 걸 예방하고 동시에 자신의 건강과 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며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매일 조금씩 정해놓은 대학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은 어느 상황에도 양보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비결은 과제를 평소에 꾸준히 했다는 점이다.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일이 많다. 좋은 습관이 그렇다. ‘꾸준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몸은 따라 주지 않는다.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글쓰기가 그랬다. 매일 일기 쓰기와 책 쓰기를 하는 나로서는 과제만을 생각하기보다는 평소 쓰다 보니 나의 원고를 가지고 와 일부 수정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이전에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미국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책이다. 인간의 인지 과학과 행동을 연관 지어 지었다. 저자는 성공을 위해 거창한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매일 1%라도 작은 성공을 이어 가는 것을 요구한다. 너무 작은 나머지 미처 뇌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결과는 노력보다 더 크게 느껴지리라는 것 또한 저자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유혹 묶기’다. 말 그대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엮어 결과를 극대화하는 것. 이 규칙은 우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일을 중첩하는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작가 플랫폼 중 하나인 『브런치 스토리』에 활동 승인이 났다. 정식으로 글을 연재하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이전에 SNS는 개인적으로 사용했었지만, 이곳은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글을 올리는 곳이다. 그만큼 완성도 있는 글과 사유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올해 구독자 100명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데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94%를 달성했다. 94명이 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이다.     


 사이버대학에 편입한 일은 내 일생일대에 큰 도전 중 하나였다.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건 TV, 영화에서나 들었던 말이지,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힘들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지고 싶지 않았다. 이겨내고 싶었고 마지막 학사모를 쓰는 순간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커다란 나무의 그늘에 가려 햇볕을 쬐지 못한 작은 식물은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자 한다. 매해 늘어가는 나이테를 하나둘 세어가며 먼 미래의 나에게 ‘나’를 선물할 수 있도록. 그것만이 오늘을 사는 나의 사명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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