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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Jan 24. 2024

중독은 완치가 없다

과거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대인 기피와 공황장애까지 진단받을 정도였다. 가장 큰 원인은 하나. 사람을 믿었으나 사람을 잃어버렸던 많은 시간의 끝. 위로의 시작을 술로 했다. 매일 취해 있었다. 처음에는 손쉬운 위로에 마음이 가벼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무거워졌다. 중독이었다. 알코올에 의존한 위로의 끝은 중독. 그 결과는 우울증이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알코올 치료센터와 정신과를 찾았다. 약과 상담의 연속.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내 삶을 원점으로 돌이킬 수 있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과정이 독서였고, 글쓰기였다.


처음에 남긴 글은 대부분 분노와 후회, 절망과 짜증이 뒤섞여 있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떠오르는 감정대로 나열했다. 점차 글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분노였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는 시간.


그 뒤노 삶을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 또한, 나도 다른 작가처럼 ‘잘’ 쓰고 싶어졌다. 욕심은 한발 더 나아가 내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셀 수 없는 수필 공모전이 눈에 띄었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뜻일까.


한 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라도 이런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했고, 나도 내 삶을 되돌 아 볼 기회라 생각했다.


정말 못 썼다. A4용지 한 장을 채우는데, 며칠씩 걸렸다. 그러다가 노트북을 덮어 한 참 후에 다시 열어보기도 하고 삭제 버튼으로 기억을 지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런 기억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에겐 쓰레기 같은 기억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감히 경험해보지 못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세워지기도 한 때였다.


좋은 생각에서 24년 2월 15일까지 생활문예 대상을 모집한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즈음 도전했었다가 씁쓸한 가슴만 안고 모니터를 꺼 버린 기억이 난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썼고 지난 10월에는 만 39살까지만 공모 가능한 청년이야기 대상에 입선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냥 지나치면 기억이지만, 내가 기록으로 남기면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추억이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다시 도전 해볼까 한다. 지금껏 남겨놓은 나의 경험을 모아 특별함으로 기억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써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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