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달리 Jul 03. 2024

시집 [오늘이라는 삶은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실수 투성이. 늘 우당탕탕. 삶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자주 넘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며 능청스럽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알았습니다. 속으로는 곪아 터지다 못해 평생 토록 앉고 가야 할 흉터로 남아있었다는 것을.


매일 아침, 눈을 떠 무채색 벽과 천장을 볼 때마다 다시 이불속으로 숨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현실에서부터 도망이라도 칠 수 있다면 그렇게.


마흔,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을 나이가 되서서야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나는 오늘이라는 삶을 처음 살아봐서 그렇다]말을.


더 이상은 자책하거나, 나를 비하하며 고개 숙이지 않기 위해, 나와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이 말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괜찮다]는 말과 함께.


무작정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때론 이 말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오늘이라는 삶을 처음 살아서 그렇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그땐 조심스럽게 해 보겠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한 편, 한 줄, 단어 하나에 잠시라도 멈추는 순간이 있다면 괜찮아질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머물러 있으면 됩니다. 그 모습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안다는 의미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