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쓰기를 시작하며 보잘것없다 생각 한 내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 만하다는 것이다. 살아있으므로 느끼는 것이고 더 잘 느끼기 위해 사람은 계속해서 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함이다.
글 쓰기는 매 순간 고통과 싸우는 일이다. 힘들고 어렵다. 머릿속 생각나는 말을 글에 옮기려니 손이 따라가기 벅차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다. 의구심도 든다. 이 일이 그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게 된다. 글쓰기란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어 완성 짓는 결과다.
삶은 어떤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돈이 부족해서 포기해야 하는 일도 많다. 시간 없어서 부릴 사치가 없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다들 산다.
글 쓰기와 삶은 닮았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 한 줄, 한 걸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쓰고 산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므로 글쓰기야 말로 삶을 사는데 필요한 동력을 만드는 작업이다.
글쓰기에 빠져 있다 보면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그중 하나가 삶은 살만한 가다. 그다음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래서 또 어떻게 그 길을 걸어갈 것인가다. 끊임없는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산다.
대답은 온 사방에 널렸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끌고 와 하얀색 종이 위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쉽게 알 수 없듯 삶도 대답을 쉽게 내어놓지 않는다. 어딘가 숨겨둔 삶의 비밀을 찾아보라 말한다.
글 쓰기에서 이 대답을 찾을 수 있다는 근거는 분명하다. 글 쓰기란 그동안 내가 느끼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삶을 돌아보는 경험이다. 과정에서 남을 훔쳐보듯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껏 밖으로 낸 관심의 물골을 나에게 흘려보내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스스로 쓰기 시작하기만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양에다가서는데 도움을 준다.
* 하나의 글, 또 다른삶을 산다.
한 편의 글 쓰기를 끝내려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과정에서 나는 사유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다. 무엇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었는지 깨달음을 찾는다. 기존 수많은 작가의 첫 시작은 위대함이 아니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거쳐 완성됐다. 누구나 똑같이 살아가는 하루를 작가는 놓치지 않고 특별함 을 찾아냈다. 논리가 아니라 감동이라는 글자를 찾았다. 즐거움 속에 자신이 스며들기 원하며 살았다. 모든 형태의 감정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하루라는 땅 위에 자신을 심어놓았다. 이것이 작가의 삶이었다.
누군가는 글 쓰기를 두고 하는 말이, '불필요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 했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도 맞지만 글을 읽고 사람 이 다시 태어나는 것도 맞다. 그 근거로 고전을 읽고 썼다. 지금도 사람은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근거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삶을 기꺼이 살아낼 용기가 필요하다. 고독과 불행, 실수, 눈물 등. 떠올리기만 해도 금방 고개를 저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단정 짓고 싶은 삶. 오히려 작가에겐 최고의 기회일터다. 한 계단 걸 올라가는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력인 셈이다.
성형독서를 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삶은 불행이었다. 실수투성이, 거듭된 실패 때문에 사람으로 살기보다, 사람인 상태로 죽음을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내 삶은 실패투성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한 척하고 싶었을 뿐 몸과 마음은 멍이 가득했다. 차라리 쉬운 길로 걷고 싶었다. 삶은 시련이었고 매일의 고통이 반복될 뿐이었다. 어찌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렸었지만 금방 포기했다. 시간이 흐른 뒤엔 조차도후회가 됐다. 갈수록 사람에 대한 원망과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날 외로움을 향해 밀쳤고 결국 중독에 빠졌다.
마지막으로 날 기다린 건 고독이었다.'
-성형독서 초고의 일부-
고백이 터졌다. 비극이라 여겼던 삶의 연속. 알코올중독과 공황장애, 대인기피와 불안증상까지. 옆에서 아무리 조언을 한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약에 의지한 날도 많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엔 술에 위로를 받았다.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차라리 고독을 가장 가까이 두고자 했다. 혼자된 이 순간만큼, 가장 내 삶에 집중해 볼 수 있는 때는 없다며 오로지 글에 매달린 결과였다.
무작정 읽었다. 읽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만 같았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개인의 삶이 꽃피우는 순간은 오로지 고독에서 시작될 수 있다. 경험이 없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배워야 한다. 고독이야 말로
최고의 양심이고 환희이며, 삶을 이루는 뿌리다.
고독을 배운 지 7년 차, 스스로 만든 외로움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어찌 보면 고독이야 말로 나에게 가장 오래된 친구 일 수도. 앞으로도 살아가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경험과 글자의 뒤섞어 발효하고 싶다.
인류 역사 속 문자의 발명이 문명을 이끌었다면 나의 역사는 글 쓰기와 시작됐고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글은 또 다른 의미인 나의 고독이다.
삶은 반복되는 또 다른 벽을 대면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꺼이 손바닥으로 벽을 쓸어내리며 말하겠다. 삶이여, 나에게 와라! 나는 너를 타고 기꺼이 고독을 찾아 떠나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