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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Dec 21. 2024

하루도 치열하지 않은 날 없었습니다.

24년의 끝자락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 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유독 올해는 여느 해보다 짧게 느껴진다. 많은 경험을 쌓았다. 다이어트를 두 번 진행했고, 디스크가 재발해 병원에 입원도 했다.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달리기 시작했고 11월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생애 처음으로 책 출간을 맛봤다. ‘베스트셀러’라는 명예도 얻었다. 물론 나의 힘보다는 공저에 함께 참여한 작가 아홉 명 덕분일 터다. 그 외에도 그동안 노트북 습작으로 남겨둔 시를 퇴고해 전자책으로 시집을 출간했고, 또….


돌아보니 내 생에 가장 치열했던 나날들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 ‘요것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 땐 무작정 달려들다가도 ‘정말 해도 되나?’ 의심과 재도전의 반복 끝에 어렵게 맞이한 24년도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펼치면 누구누구 작가가 많다. 책으로 만난 사람도 있고, 직접 얼굴 만나 연락처를 받은 사람도 있다. 하나둘 그들의 이야기 듣다 보면 각자만의 시도와 실패, 성공, 성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코끝 찡한 날이 많았다. 나도 그들 따라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건 아니지만, 쓰다 보니 많은 위안과 치료가 됐다는 말에 마음속 품어뒀던 말을 꺼내놓고 싶었다.


‘그럼 나도 책을 한번 써볼까?’ 2019년의 겨울에 시작한 초고다. 올해로 4번째 퇴고 진행 중이다. 사실 출간 목적보다는 복잡한 마음 정리가 필요해 찾은 일종의 탈출구였다. 처음엔 울분에 가득 차 썼다. 두 번째 퇴고에서 읽어보니 억울함만 잔뜩 있었다. 이번에는 쓰면서 딱 절반만 울자고 다짐하며 퇴고했다. 세 번째는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아도 좋다. 그러니 후회 없이 멋지게 마침표를 찍어 보자!’였다.

이번 퇴고 땐 다짐이나 목표가 없다. 평범했던 날이라 생각한 내 삶의 일부를 조금 더 집중하며 살아보겠다며 다짐한 날의 흔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는 확실하다. 내 삶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증명하고 싶었다.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있으면서 정작 ‘나’ 보다는 무슨 무슨 담당으로 이름 불린 적이 많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싶었다.


직장에서, 사람 관계에서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부닥쳐 버텼던 것에 비하면 글쓰기와 책 쓰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었다. 나만 통제하면 됐다.


마음과는 다르게 몇 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도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질 않자 ‘포기’를 떠 올렸다. 철저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쓰는 일을 반복해야 했으므로 적막한 시간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사이에 운동을 계속한 것도 체력과 체중 관리를 해야만 부족한 나를 끌고 갈 수 있으리라는 고민의 대처였다.


막상 올해를 보내 주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니, 조금 더 하지 못한 노력이 아쉽다. 밤잠을 포기해서라도 마침표를 더 찍어 보고 싶다. 1분 1초 헛되이 보낸 적 없다고 자신했건만, 욕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나만의 기록에 여념 없었던 나날들, 마라톤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새벽 달리기를 했었던 나날들 모두가 이젠 나만의 나이테가 됐다.  증명이 됐다. 분명 쓰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터였다.


올해가 삼십 대의 마지막이다. 마흔이 되면 내 삶은 어떨지 많이 상상했다. 단언컨대 올해처럼 치열하게 산다면 앞으로 내 삶은 후회보단 성장이 반복될 수 있다. 이미 내 삶은 수많은 치열한 나날들로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2024년, 감사한 해였다. 새로 시작하는 마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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