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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Dec 19. 2024

힘든 상황을 대처하는 자세

세상에는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불행의 지름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시간이 지나 봐야 경과를 알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며칠 밤잠 못 자고 지내다 보면 다음 날까지 망친다. 학생은 학교에서,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나는 일종의 '프로 걱정러'였다. 일할 때도 제2, 제3 이상의 대책을 마련했고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부터 역으로 계산해 출발 시각을 계획해 놔야 마음이 놓였다. 친구들과 여행할 땐 좋았다.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워놓으니 마음 편하게 따라다니기만 하면 됐다. 혹여라도 계획에 차질이 생길 땐 다음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다만 직장에서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날이거나 여행 출발 전날 늦게까지 잠 못 이룬 건 설렘과 긴장감이라는 좋은 포장지에 싸인 걱정이었다.



그랬던 내가 변하게 된 계기가 있다. 통제라는 말을 배우고 나서부터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었다. 사람의 뇌는 매우 약한 존재라고 했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외부의 정보와 신호, 자극에 노출되어 처음 생각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꼬리를 물게 되는데 특히 고민이 그랬다. ‘여기서 잘못되면 어떡하지?’ ‘계획은 했는데 변수가 생기면?’.


나의 습관성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로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약한 존재다. 그러니 고민과 걱정이 생기면 거기서 딱 멈춘다. 대신 좋은 내용의 책과 글을 읽고 뇌의 흐름을 끊는다.’ 모든 감정의 강도는 시간이 지나면 줄어든다. 그러니 익숙한 과거는 잊고 새로운 감정으로 뇌를 통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잊는 것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아무리 기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흐르는 눈물도 어느 정도 되면 마른다. 지금 일어난 일이 10년, 50년 후까지 이어질 리 없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쉽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고민됐던 일이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 힘든 일에 대처하는 나만의 꼼수다.


마지막으로는 지금보다 더한 상황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올해 여름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회사에 출근도 못 하고 집과 병원을 간신히 다닌 적 있다. 신경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화장실 갈 때도 벽을 짚어야만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도 펴지도 못하니 씻는 것도 포기해야 했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서럽다. 죄송한 마음에 집에 아프다는 통화도 안 드렸다. 삼일을 그렇게 있으니 조금씩 상황이 나아졌다. 침대에서 조금씩 몸을 뒤척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자에 앉는 건 아직도 힘들었다. 하필 청탁받은 원고가 있어 마감해야 했는데 앉질 못하니 답답했다. 비스듬히 누워 배 위에 노트북을 올려 타자했다. 불편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나에게 채팅 기능을 활용해 글을 썼다. 그리고는 다시 노트북으로 간신히 퇴고를 마쳤다. 그때 드는 생각은 ‘누워 손가락 두 개로라도 써서 다행이다’였다.      



항상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나는 편안하다. 행복하다. 잘살고 있다고 꾸준히 암시를 주세요
– 법륜.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중.     


내가 해야 할 일은 집착이 아니다.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삶을 방법으로 채우면 성장, 핑계를 찾으면 방황이다. 고민의 끝은 핑계지만, 방법은 끝이 없다. 하나씩 내 삶에 적용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이다.

삶의 모든 건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내 삶도 고민에서 이만 탈출시켜야겠다. 오늘을 보내며 하는 다짐은 지금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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