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째 화살

23

by 회색달

휴가 중 기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래처 인원이었는데 중간 관리자 급이었습니다.

대뜸 상당히 격양되어서는 밀어붙이는 어투로 뭐라 했습니다.


첫인사에서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직위를 앞세워 말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사람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런 어투 들으면 누구나 감정이 상합니다. 예전 같으면 똑같이 쏘아붙여야 분이 풀렸는데, 이번은 꾹 참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제 마음이 조금 불편합니다.'라고 응대했습니다.

분명 좋게 좋게 소통하면서 조치하면 될 일이었으니까요.


그랬더니, 오히려 자신이 마음이 불편하답니다. 일을 왜 그렇게 하느냐 또 뭐라 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전활 끊고 그쪽 대표에게 전활 걸어 내가 이런 전화받았다고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겨우 2~3 분 통화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쓰면서 감정 조절 하는 연습 한다 했는데 아직도 한 참 갈 길 멉니다.


더 이상 통화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향후 조치해 드리겠다고 짧게 대답하고 전화통화를 마쳤습니다.


좁은 기차 의자에 앉아있는데 뒷골이 당겼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화를 어찌 삭여야 하나 하며 창 밖을 보는데, 뭐 하러. 내가 화살을 맞고 있나 싶었습니다.


어른이 아닌 사람은 덜 성숙한 상태니 정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아야 했는데, 그럼 내가 토닥여주면 나아질 상황이었을 텐데 하고 후회됐습니다. 은연중 상대방 사과 하기를 기대했었나 봅니다.


더 이상 대화해 봐야 답답함만 더 할 것 같아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 먼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금요일 오후. 감기 조심하라며 안부 인사도 남겼습니다. 그리고는 창을 껐습니다.



상대가 나 맞으라고 던진 화살은 내가 피하면 됩니다. 땅에 떨어진 걸 다시 주워 내 가슴에 직접 꽂을 필요 없습니다.


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가 던진 화살이 나를 맞고 떨어진다멵 다시 줍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오늘도 하나 또 배웠습니다. 친절은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내 마음 위한 행동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글 하나 얻어갑니다. 부족하지만 나아지기 위해 사람들의 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연습을 또 해봅니다.




* 으휴. 그래도 쓰니까 아주 쪼끔 풀렸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 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