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알코올과 약물 중독, 공황장애, 우울 등 복합적인 정신병을 앓았다. 무작정 성공만 뒤쫓던 내 삶의 결과였다. 직장에서도, 가족에게도 능력 있는 동료이자, 아들, 남편이고 싶었다.
정작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성공은 무엇인지 몰랐다. 남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부러워했다. 탄탄한 직장과 많은 돈을 벌며 좋은 차를 타고, 유명 관광지 사진을 찍어 sns 올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성공인 줄 알았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삶은 가치 없다 생각했다.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했고, 끝내는 좌절 했다. 화려하지 못한 내 삶은 패배자로 보였다.
정신과 치료 중 '열등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도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의사에게 속 마음이 들킨 것 같았다. 얼굴이 뜨거웠다.
당시 부끄럽고 막막했었던 경험이 지금의 글을 쓸 용기가 됐다. 글 한 줄 쓰지 않던 내가, 시를 쓰고 수필을 쓰며 책까지 쓴 이유다.
자신이 기대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며 실망하고, 불평불만과 좌절하는 사람, 남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는 사람, 습관처럼 남들과 비교하는 사람에게 나의 경험을 전하고 싶다.
행복과 성공은 무작정 쫓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삶은 조금씩 나에게 곁을 내어준다. 한 순간의 성공과 기쁨으로 얻는 쾌락이 아닌, 본연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부족한 점 많고, 나라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500권이 넘는 독서를 통해 얻은 나름의 결론이었다. 이 글을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겪고 있는 한 명이에게라도 도움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누구나 살면서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모두가 좌절하고 있지는 않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살아낸다. 그 방법이 궁금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기라도 하듯 책을 읽었다.
저자를 직접 찾아가하는 말을 모두 녹음한 적도 있다. 내 삶을 되찾고 싶다는 일념 덕분이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는, 무조건 '책은 옳다. 그러니 읽어라'를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책 한 줄 읽기 힘들다. 누가 권한다고 해서 억지로 읽어봤자 도움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란 듣기다. 작가의 경험이 담긴 글을 눈으로 듣는 시간이다. 깊숙이 빠져들수록 마치 만난 적 없는 작가가 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말 그대로 물아일체가 되는 셈이다.
오랜 노력의 결과가 많은 돈을 벌어다 주거나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읽고 쓰는 시간만큼은 남이 아닌, 내 삶에서 중심 잡는 연습으로 이 만한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반복했고 독서와 글 쓰기에 노력을 조금 더 기울였다.
꾸준한 반복이야 말로 성장의 원동력 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호기심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삶이 아닌, 관심분야에 한 발자국 더 내딛고 걸어가는 동안 모든 순간이 성장이었다.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을 터득한 셈이었다.
이 책은 삼십 대의 내가 겪었던 우울과 방황, 중독을 거치며 얻는 깨달음과 반성의 이야기다. 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중독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들려주고 싶었다.
중독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중독의 경험이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나는 약한 존재니, 죽을 때까지 꾸준히 관리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지난 16년 7월부터 이어진 읽고 쓰기는 자신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증명이 되어가고 있다.
삶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매 순간 고민과 결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때마다 책이 있다면 걱정과 두려움보다 기대와 확신, 희망이 있을 거라 말하고 싶다. 내가 겪었고, 수많은 사람이 경험한 일이다. 덕분에 그동안의 방황이 조금씩 안정됐다.
여름엔 제주도 여행을 좋아했다. 불규칙한 날씨, 툭하면 내리는 국지성 호우, 들고 있던 우산이 날아갈 정도로 거센 비바람이 불어도 다음 여름에 또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비가 그친 짧은 순간, 구름 사이 고개 내민 무지개 때문이었다. 여행이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만 예상치 못한 기쁨, 내가 얻은 여행의 묘미였다
왜 삶은 나에게만 비 내리는지, 왜 바닥은 질퍽이기만 하는지 원망하지 말자. 소나기 그친 후 만난 무지개처럼 내 삶의 기적 같은 순간은 언제든 오니까. 독서는 나에게 단단한 바닥이었고,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었다가, 끝내는 무지개로 됐다.
나에게 일어날 기적 같은 순간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자.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어둡기만 했었던 삶의 터널 끝 빛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