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 대패질

13

by 회색달


사람 없는 곳에 가

욕이라도 실컷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참는다.


시간 지나면

감정은 자연히 사그라들 테고

억지로 붙잡고 있어 봐야

내 삶에 도움 될 것

하나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잠 못 이룬다.


까끌까끌한 마음 대패질 하여

베개 삼아 잠을 청하고 싶지만

아직도 헛손질뿐이다.


얼마나 지나야

나도 물에 흘려보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나무를 깎아야

마음 대패질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까.


애꿎은 전원 꺼진 노트북 화면만 노려본다.

말 못 하는 기계뭉치에 화풀이해본다.

속 편하게 자는 게 부러울 뿐이다.


창문 밖 환해졌다

출근 준비 해야겠다.

대패 날은 새것으로 바꿔야겠다.


오늘도 마음 대패질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바다는 흙탕물에 오염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