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공모전과 경연대회에 참석했습니다.
직장일 하면서도 독서와 글쓰기, 출간 준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그 실패도 한번, 두 번 쌓이기 시작하자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실패를 겪게 될지 상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발판이 있어야 하듯, 나에게 실패는 발판이었습니다.
계속해보고 싶었습니다. 성공의 기쁨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성장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삶의 중간중간 쉼표 하나를 찍어 놓는 듯했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전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두려움도, 떨림도 한 츰 낮아졌습니다.
글 한 편의 마침표를 찍었을 땐 두 번째 삶을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출판사와의 협의된 마감일자에 원고 탈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밤잠을 포기하며 애써 마무리했을 땐
마치 출산의 기쁨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심사위원과,
백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을 땐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것 같았습니다.
나의 말 한마디에 웃고 손뼉 치는 모습에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자리에 재미가 남았습니다.
다짐해 봅니다.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내가 되기로,
진정 즐길 줄 아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지난주 발표 기회가 있어 완벽히 시나리오를 외우다가 그만뒀습니다. 최고의 발표는 청중과 소통이 우선이지 머릿속에 외운 내용을 앵무새처럼 내뱉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동안 경험으로 되짚어 볼 때, 잘하면 인정과 축하의 박수를 받겠지만 좀 부족해 보여도 사람들은 격려의 박수를 쳐준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즐기기 위해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농담을 섞어가며 청중과 질문으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지금껏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아니라 내 이야기 듣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하나씩 알려주자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발표는 내가 아니라, 청중이 중심이 돼야 했고, 똑바로 갈 수 있도록 곁에서 방향만 알려주면 된 다는 걸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올해도 출간과 공모전 도전은 계속 진행 예정입니다. 떨림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챔피언이 되어야겠습니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