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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작은 돌부리가 문제다.
: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 20년 직장인
: (20년 직장인. 바쁜 일상. 가. 보여주기. 묘사)
아침 일곱 시부터 책상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바쁘게 움직였다. 남양주 거래처에서 샘플 수령을 하려면 늦어도 아홉 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문서처리를 반복했는데도 처리해야 할 문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은 급한데 컴퓨터까지 말썽이다. 실컷 작성했는데 엑셀 문서 하나가 멈추더니 창이 꺼져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감정 조절이 안 됐다. 순간 짧은 욕이 튀어나왔다. '아차.!' 바로 옆 동료는 듣지 못했는지 자기 일에만 열중했다. 어쩌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지도.
* 내가 꿈꾸는 나. 직장인의 모습 : 프로페셔널
흰색 와이셔츠,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꿈꿨다. 동료들과 사이좋고, 직장 상사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빠른 승진을 반복하는 나를 상상했다.
이상과 현실에 차이가 많이 났다. 어느덧 20년 차,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주말에도 밀린 업무 처리를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도 줄어들기는커녕 (다.) 자꾸만 늘어가는 업무량에 쉬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맡은 업무를 나열하자면 A4용지 두장은 빼곡히 채운다. 사람마다 업무처리 능력 차이가 있을 테지만, 나는 꼼꼼함이 부족해 자주 (급한 성격) 실수했다. 문서에 오탈자도 많았고 동료들의 교육, 출장 일정을 헷갈리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경험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책했다. 실수하는 내가 부끄럽고 답답했다. 나보다 일 많은 사람이 분명 있을 터다. 누구는 하루 같은 일을 맡아도 실수 없이 차분히 업무 하며 인정받을 텐데 하며, 남들과 나를 자주 비교했다.
이번 5월 연휴에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경비 아저씨는 그런 모습이 안쓰러운지 정문을 통과하는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너무 고생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쉬엄쉬엄 하십시오'
* 위기. 빌런의 등장
고속도로 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바람까지 불어 운전대를 힘주어 잡았는데도 차가 좌우로 흔들렸다. 시간을 보니 열 시 반이다. 열한 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가속 페달에 올려둔 발에 힘을 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방 5km 지점에 사고 났다는 안내가 전광판에 표시됐다. 내비게이션에서도 바뀐 도로 상황을 안내했다. 뒤에서부터 레커차가 빠르게 달려 아슬아슬하게 나를 비껴 같다. 그 바람에 차가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다른 차를 따라 비상등을 켰다. 속도를 줄여 사고지점을 지나는데 저 멀리 사고현장이 보였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빗길에 미끄러졌는지 목재를 적재한 트럭이 옆으로 뉘어 있었고 도로 위에는 파편이 뒹굴었다.
* 해결 방법 : 기본기를 갖춘다.(휴식과 업무의 조화. 조화로운 삶을 사는 기본기)
내가 생각하는 기본은 무엇이고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 부족하다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가. 그러려면? 휴식과 일의 조화
사고지점을 한 참 지나 잠시 차를 정차시켰다.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도로 상황이 나빠 약속시간보다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찌하여 도착한다한들 점심도 굶어야 했다. 오후 회의 자료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자료가 날아갔으니 어떻게든 빨리 돌아가 준비할 생각뿐이었다.
다행히 사장님께서는 괜찮다며 안전하게만 도착해 달라는 말을 하는데, 말을 들으니 사고 현장을 보느라 긴장한 마음까지 해결됐다.
전화를 끊고 사무실에도 상황을 알렸다. 아침부터 있었던 일, 날씨, 교통사고 현장, 거래처 사장님의 답변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과장 역시 급할 것 없다고, 회의는 나 없어도 진행하면 되니까 안전하게만 다녀오라고 대답했다. 나중엔 고속도로에서 커피 마시고 오라며 이모티콘으로 쿠폰을 선물로 보내줬다.
* 다짐 (메시지)
늘 '빨리빨리'를 외쳤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해야 적성이 풀렸다. 그래야 인정받는 줄 알았다. 그러다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땐 감정조절이 안 돼 혼자 자책한 날 많았다. 상황보다 상태가 중요했다. 일이 많고 바쁜 날, 비가 쏟아지더라도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앞서 사고 역시 그랬을 터다. 도착 시간에 쫓긴 것이 아니라, 마음의 시간이 없었으므로 발생했을 터다.
사고는 한순간이다. 빗길 속도를 줄이는 건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이다. 기본을 잘 지켜야 프로다. 분명 화물 운전기사도 운전 프로였을 터다.
다치면 나만 손해다. 배송 중이던 물건 보상도 해줘야 한다. 인적, 물적 손해가 크다. 여유는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다. 오로지 내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 라디오 음악을 크게 틀고, 가속 페달에도 힘을 조금만 빼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