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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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달

몇 년 전 영화『쏘울 서퍼』를 감상한 적 있다. 주인공은 높은 파도를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밀어줄 파도를 기다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오래전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해 여름 나 역시 파도 타는 법을 배운 덕분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양양이었다. 2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문제 되지 않았다. 오로지 바다와 파도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파도를 선택하는 방법을 배웠다. 먼바다에서부터 천천히 나에게 밀려드는 파도를 마주하며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선택이 쉬울 리 없다. 기회다 싶어 달려들지만 내 앞에서 거품을 내며 사라지는 파도가 있는가 하면, 다른 서퍼에게 선수를 빼앗겨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여기까지 오느라 든 경비가 생각나 악착같이 파도에 다시 달려들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파도를 보니 야속했다.


파도가 높고 빨라질수록 몸에 힘이 더 들어갔다. 열심히 팔을 젓는데도 뒤에서부터 오는 파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파도에 밀려 해변까지 밀려나면 온몸은 모래를 뒤 짚어 써야 했다. ‘하.... 뭐 이리 안돼?’


서핑의 중요한 요소가 바로 힘 빼기다. 그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니, 남이 멋지게 성공하는 ‘take off’를 볼 때마다 부러워할 수밖에.


지난겨울 선택이라는 주제로 공저에 참여한 적 있다. 글 감을 찾기 위해 노트북을 뒤적이다 오래전 남겨둔 글을 만났다. 영화 한 편으로 시작된 나의 서핑 도전기였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바다는 늘 보고 싶다.


모든 선택은 결과가 따른다. 그러나 모든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다. 후회도 있을 테고, 만족, 행복, 슬픔, 우울 등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태도다.


밀려오는 파도를 누군가는 잘 이용해 나아가는가 하면, 누구는 파도에 휩싸여 일명 ‘빨래(take off를 하지 못해 보드와 함께 파도에 휩싸이는 모습)’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 파도를 향해 나아가는가 하면, 해변에 앉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조금만 숨 고르고 다시 기다리면 내가 성공하지 못한 파도가 분명히 온다는 걸 연이은 공저출간을 통해 깨다는 중이다.


경험이 쌓이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여름 바다에서 톡톡히 배워왔다.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후회하지 말자. 다음을 기약하며 준비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더 좋은 파도를 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 지금도 나의 take off는 늘 아슬아슬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서핑과 오늘, 바다와 삶은 묘하게 닮았다. 올해에도 바다로 떠나봐야겠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삶 역시 그렇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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