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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라 배웠다
정해진 방향대로만 가라고.
근데 말이야
내 손 안의 나침반은 왜 이러는지
자꾸만 미친 듯이 흔들렸을까.
북쪽을 가리키다
이내 남쪽을 툭 치고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웃었다니까.
교관님은 똑바로 가랬는데,
내 나침반은 자꾸 딴소리고.
20년 동안 헤맨 끝에
이제는 알 것 같았다니까.
바람이 불고
땅이 흔들리고
내 심장이 쿵쾅거릴 때마다
이 녀석도 같이 춤을 췄다는 것을.
세상이 조용할 땐 가만히 있다가
꼭 내가 길을 잃을 것 같을 때
제일 요란하게 흔들린다는 것을.
이제는
흔들림 속에
아주 잠시
진짜 가야 할 길이 보였어.
고장 난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흔들림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질 것 같고
길을 잃을 것 같아도
괜찮아.
내 안의 나침반은
여전히 흔들리겠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고
내가 계속 길을 찾고 있다는 신호니까.
두려워하지 말자.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
결국 내가 향하는 곳이
내 길이 될 테니
그렇게 흔들리면서
나아가자.
멈추지만 않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