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연결하는 다리를 이용하라
2015년,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혁오'라는 밴드가 출연한 적이 있다. 방송에 자주 내비치지 않았을 뿐 이미 꽤나 유명한 밴드라고 했다. 인디밴드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무도가요제를 통해 그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밴드의 보컬이자 리더인 오혁의 목소리와 창법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는 말이 많지 않고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 캐릭터가 무도 멤버들과 케미를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전에도 이미 마니아 층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밴드라고 했지만 나처럼 무한도전을 통해 그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도 출연 이후에 혁오의 '와기리기'라는 노래는 역주행을 하며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방송 덕을 본 것이다. (물론 그들은 실력이 갖춰져 있는 상태였다) 그들의 존재를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은 그들의 팬이 되었고,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듣게 되었다. 그들은 유명세를 탔고 CF까지 찍게 된다.
혁오처럼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밴드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게 어디 밴드뿐이겠는가?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분야 종사자부터 실력은 상당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가의 수도 상당할 것이다. 반대로 실력은 형편없지만 방송을 타면서 한 분야의 '가짜' 전문가의 타이틀을 갖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그 많은 밴드 중에 그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운' 때문이었을까? 만약 대단한 운빨로 방송에는 출연했지만 그들에게 실력이 없었다면? 운과 실력까지 겸비하고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더라면? 아마 그들은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잊혀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 이후에 더 바빠졌고, 본격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실력이 있었고 실력을 뒷받침해줄 성과(와기리기와 같은 좋은 노래와 팬들)와 그들을 대중에게 선보인 무도라는 연결망이 있었다. 프로그램 제작자는 그들의 매력을 잘 포장하여 전파를 태웠고 혁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시청자들은 음원을 찾아 듣고 sns에 공유하며 그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이 3개의 연결 조합은 잘 맞아떨어졌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성공의 척도는 내적이 아닌 외적이고, 개인적이 아닌 집단적인 것으로 나타낸다고 이야기한다. 즉 성공은 혼자가 아닌 집단이 함께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는 성과와 품질을 측정하기 어렵다. 측정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미술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술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주관적인 기준으로 성과가 판단되는 듯했다. 나와 잘 맞는 의사, 교사, 담당 트레이너까지.. 우리는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전문가를 찾기 위해(실력은 전제조건이다) 열심히 정보를 탐색한다. 나의 판단 기준에 따라 지인이 강추한 그 전문가가 내 눈에는 사기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 분야에서 비슷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많다. 비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별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성과는 유한하다. 정규분포곡선처럼 극히 뛰어난 경우의 사람이 소수 존재할 뿐이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막연히 열심히 해서 많은 성과'만' 내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영영 성공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연결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성공은 혼자서 이뤄낼 수 없다. 집단이 함께 이뤄내는 것이다.
성공은 집단적인 현상이므로 우리가 속한 연결망을 살펴보고 이를 미래에 어떻게 이용할지 전략을 짜야한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