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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마음이 쓰이지만, 이내 무디어질

무엇이든 일장일단(一長一短)

by 리얼라이어

“손거울로 여길 보시면…”


치경부마모증 첫 번째 치료를 마쳤다. 치료해야 할 16개 치아 중, 왼쪽 위 아랫니 9개를 GI(글라스아이오노머) 재료로 파인 공간을 채웠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들쑥날쑥하고, 움푹움푹 파였던 공간엔 하얀 색깔이 파도를 이루며 자릴 잡았다. 어색하고 쑥스럽게 벙긋벙긋 웃어 본다. 파도가 보일 듯 말 듯한다.


“일시불로 할까요?”


치료비는 치아 하나를 레진으로 한 것보다 저렴하다. GI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레진으로 할지, GI로 할지 충분히 상담한 끝에 선택했음에도 왠지 모를 감정이 일렁인다. 왜 그럴까? 흡족한 마음이 돈에 매몰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도 말이다.


“다음 주 토요일로 예약할까요?”


치료한 이로 굳이 향하는 혀 놀림. 아주 작은 정도의 가슬가슬한 느낌이 든다. 안쓰럽다. 의도적인 혀 놀림을 멈추고,


"쯧, 쯧"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아, 아뇨!”


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 비가 이렇게 내리는지…”


말끔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장우산을 돌돌 말면서 치과 안으로 들어왔다. 대충 접어도 될 것을 맘에 들지 않는지 다시 한번 흔들어 폈다 말았다.


“허 참, 레진도 별 수 없나 보네요.”


분명 내게 말을 걸 리 없는 사람인데, 마치 내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묘하다! 그가 나를 지나쳐 안으로 또박또박 걸어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주친 기억이 없는 사내다. 뒷모습까지 번듯한 것이 꽤나 인상적이다. 문을 나서기 전, 뒤돌아 다시 한번 그를 살폈다. 치료 의자에 가려 그가 보이질 않았지만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렸다.


"쭈룩쭈룩"

"촤아촤아"


요란한 빗줄기에 우산을 펼 결심이 서질 않았다. 5분만 걸으면 되지만 1분도 되지 않아 후회할 것이 뻔했다. 비에 운동화가 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비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릴까 하는데, 오른쪽 턱관절에 불쑥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아마도 오늘만 큼은 그쪽으로만 씹어야 하는 부담 때문인 듯하다.


"아고, 점심 뭐 먹지?"


폰을 꺼내 ‘씹기 편안한 음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러나 방금까지의 예민함은 어디로 간걸 까? 쉬이 무디어진 마음에 헛웃음이 나온다.


“칫,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이게 뭐라고.”


흠이 없는 구슬은 없다.

무엇이든 간에 어지간히 비슷한 정도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이제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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