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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세 가지 관점 1

아메리카노 ; 니머라카노 1

by 리얼라이어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


자신의 처지가 정반대로 바뀌는 것을 적절하게 비유한 말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라는 표현은 도로교통의 주체가 되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그리고 각각 지켜야 할 법규와 올바른 운전/보행 습관에 관해 그 마음가짐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글쓴이에게 있어 운전자(상인)에서 보행자(손님)로, 보행자에서 다시 운전자로 바뀌는 시점은 <월서울>에 머무르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다. 따라서 처지에 관한 마음가짐 또한 <월서울>을 벗어나면 달라진다. 즉, 글쓴이가 업장(業場)에 있을 때와 없을 때가 그렇다.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카페 <월서울> / 서울 성동구

들어가기에 앞서


처음에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약 4년 동안 동료들과 같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업과 장사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직접 일할 수밖에 없고 매출 신장의 양상에 엄청난 변곡점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물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성과도 많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티를 우려내고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공간의 특성을 살리고 글쓴이를 비롯한 동료들의 문화예술 능력을 발산한 덕분이다. 어쨌든 처한 환경과 규모로 볼 때 글쓴이는 물장사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그것도 성공한 상인도 아니며, 더욱이 수준급의 바리스타도 아니다. 다만, 부끄럽지 않을 만 큼, 욕먹지 않을 만 큼, ‘great’는 아니지만 ‘good’이라는 말은 들을 정도의 성실과 노력을 밑천으로 장사한다. 이렇게나마 글쓴이를 짧게라도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글의 소제목인 ‘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세 가지 관점’을 담백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한 통찰이 묻어있는 관점이 아닐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관점 하나 - 손님과 진상 손님은 ‘개 끗 차이'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상인으로서 손님과 진상 손님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서툴고 익숙하지 않았던 카페 업무와 손님 응대에 적잖게 힘들었고 진상 손님에게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더욱이 진상 손님과 마주한 이후엔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제목처럼 끔찍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관해 그 기억을 잃어버리길 바랐지만 웬걸 내 머릿속에는 호치키스가 들어 있는지 진상 손님의 면상과 언행 하나하나가 ‘콱콱’ 하고 뇌리에 박힌 채 며칠 동안 몸서리가 쳐졌다. 물론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월서울> 아메리카노 / ㈜커피렉코리아


<월서울>은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 ㈜커피렉코리아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는데, 묵직한 바디와 다크 초콜릿 향미를 느낄 수 있는 블랜드를 선택했다. 여느 카페처럼 <월서울> 또한 에스프레소 류 중 아메리카노를 찾는 손님이 많다. 그만 큼 이 메뉴와 얽혀있는 에피소드에는 진상 손님에 관한 기억도 많다. 글쓴이가 꼽은 진상 손님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한 그룹이 머릿수 절반 이하로 주문 후 머릿수만 큼의 컵을 요하는 유형

테이블에 놓거나 바닥에 떨긴 쓰레기(이쑤시개, 담배꽁초 등)를 치우거나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뜨는 유형

의사소통 없이 카운터에 있는 물건(볼펜, 메모지 등)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유형

본인의 실수로 엎질러 놓고는 당당하게 서비스를 요하는 유형

반말 또는 고개로 까딱까딱 주문을 하는 유형

엄연히 장소 대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쇼핑몰 촬영을 하는 유형


더욱이 이러한 진상 손님은 꼭 바쁜 시간에만 간헐적으로 나타나 글쓴이의 정신세계를 어지럽힌다. ‘태도’의 사전적 의미는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2.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3.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다. 진상 손님은 본인이 진상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정 모르는 것일까? 손님과 진상 손님. 태도에서 갈린다. 태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가 손님과 진상 손님의 차이를 낳는다. 그러나 이 차이는 한 끗, 두 끗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차이 나는 클래스는 ‘개 끗’ 차이다. 분명 접두사 ‘개’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닐진대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즉, 태도 또한 쉽사리 바뀔 턱이 없다.


모로코에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얼마 전 손님 한 분이 교포식 영어 발음으로 메뉴 이것저것을 한참 동안 물어보더니 갑자기 발렛 파킹을 묻는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잠시 후,

“뜨.아 한 잔”

글쓴이가 대구 사투리로 앙칼지게 외쳤다. 물론 속으로 말이다.

니머라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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