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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세 가지 관점 2

아메리카노 ; 니머라카노 2

by 리얼라이어

관점 둘 - 역지사지(易地思之)


반대편.

널 올곧이 바라볼 수 있는 자리.

바라보지 않았다면 볼 수도 없었겠지.

반대편, 2017 © 슬로우 스타터


글쓴이는 매일같이 춘천서 성수동까지 경춘선 열차를 타고 여행 같은 출퇴근을 한다. 장거리 출퇴근도 벌써 올해가 햇수로 12년 차인데, 경춘선이 복선화, 전철화로 개통 이후 이전보다 약 50%가 넘는 교통비를 절감하고 있다. 위 짧은 글은 2017년 7월 어느 날, 경춘선 안에서 무심코 바라본 반대편 자리 창에 비친 글쓴이 자신을 보고 영감을 받아 지은 글이다. 창에 비친 글쓴이 자신이나 어떤 사물의 본질 모두 반대되는 방향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볼 수 있다. 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관점 중 두 번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글쓴이는 평생 손님의 입장으로만 살아와서 손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오만이었고, 갈대는 눈으로 감상하는 서정적인 대상인 줄로만 알았지 손님의 마음과 바람에 흔들이는 갈대가 같을 줄이야. 더욱이 글쓴이 또한 업장(業場)을 떠나 있으면 그 처지가 바뀐다는 것을 꼭 뒤늦게 알아차리고 만다.


다음은 글쓴이가 손님이라 쓰고 진상 손님으로 불렸을 최악의 추태 몇 가지를 꼽아봤다.


추가 술안주를 주문 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제조에 들어간 음식을 취소함

카페에서 음료 주문 후, 가져온 외부 음식을 몰래 취식하고 쓰레기를 두고 나감

모아 놓은 오십 원, 십 원 동전으로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함

음식점에서 필요 이상의 냅킨, 앞 접시를 사용하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댐


위 경우 모두 글쓴이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손님’이라는 알량한 특권의식을 가지고 행동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아이슬란드 피자 집 앞엔 대통령도 줄을 선다. 이 글을 빌어 그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아이슬란드의 한 피자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요하네손 대통령_출처 kbs 뉴스


다음은 글쓴이가 손님으로서 업주 또는 직원에게 기분이 상했던 몇 개의 상황을 꼽아봤다.


식사 중, 과도한 테이블 정리 또는 음식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가는 경우

계산 시, 신용카드를 내밀면 현금으로 내기를 종용하거나 툴툴거리는 경우

음식이 잘못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먹을 것을 권할 경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퉁명스러운 응대를 받을 경우


두말하면 잔소리다. 본인 스스로도 겪어봐야 안다. 아니. 겪었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인간은 망각을 부르는 뇌를 가졌으므로. 그래서 오늘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거나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은 글쓴이가 손님으로서 업주 또는 직원 덕분에 기분이 좋았거나 고마웠던 상황 몇 가지를 꼽아봤다.


글쓴이를 알아봐 주고 찾는 음식까지 미리 알아서 친절하게 응대를 받는 경우

바쁨에도 불구하고 시시콜콜한 주문도 잊지 않고 제때에 서비스를 받는 경우

글쓴이가 잘 못 주문했어도 서슴없이 메뉴를 교체해주는 경우

어린아이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경우

특별히 바랐던 적 없었는데 서비스를 덤으로 받거나 작은 것이라도 더 챙김을 받을 경우



잘 되는 가게는 저 마다 이유가 있다. 설사 잘 되는 가게가 아니더라도 잘 버티는 가게 또한 다 이유가 있다. 단골이다. 업주나 손님이나 단골이라는 이름은 일부러 끊거나 외부환경에 의해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지속가능할 인연’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하다.


내로남불은 곤란하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여 본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이렇듯 글쓴이에게 매 순간순간마다 잊지 않고 기억하며 실천해야 할 삶의 철학으로 여기게 되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직원에서 사장으로, 솔로에서 커플로 그리고 업주에서 손님으로, 손님에서 다시 업주로. 누구든 놓여 있는 조건,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에 따라 입장이 바뀐다. 혹은 다시 원래의 처지로 돌아 올 수도 있다. ‘내로남불’ 은 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한 뒤 현재까지도 자주 쓰이는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란 의미를 지닌다.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 글쓴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삶의 태도로 살았는지 또는 그런 상인이나 손님의 모습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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