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도 더불어 성장하고 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특히 지식과 인성이 그렇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의 난이도가 높아간다. 그럴 때마다 가르쳐 줘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머리를 긁적이는 순간이 많아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아이에게 내 신뢰는 낮아지지만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또한 아이에게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생활 속 내 사고와 태도가 아이의 귀와 눈에 맞닿아 있으니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잖나. 부부가 다투면서 육두 문자를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는데, 아이가 상스럽고 거친 말로 친구와 얘기한다고 야단칠 수 있을까? 혼낸다 치더라도 아이는 돌아서서 'X나 짱나' 그럴 것이다. 상상만 하더라도 간담이 서늘하다.
이렇듯 올해 초등학교 최고 학년이 되는 딸아이만 큼이나 얄팍했던 내 지식과 부족한 내 인성도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몇 분 가량의 통화를 마친 후 아내가 메신저로 딸아이가 지난 12월에 치른 KBS 한국어능력시험 평가 결과지를 캡처해서 보냈다.
딸아이의 KBS한국어능력시험 평가결과 中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중에 오프라인이 아닌 집에서 온라인으로 응시를 마친 후 딸아이의 밝은 얼굴이 생생히 기억난다. 심지어 평가 시간보다 약 10여분 일찍 마쳤던지라 특별히 어려움이 없었구나 생각했다. 더욱이 평가를 위해 관련 책도 도서관에서 빌리고 구하기 어려운 책은 구입까지 한 아내의 지분이 상당하다. 뭐... 이런 걸 모두 뒤로 하더라도 꾸준하고 편식하지 않는 독서량, 일기 쓰기, 글짓기 수상은 물론 평소 대화의 센스를 생각하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기에 아내도 나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딸아이의 상심이 컸다. 아내의 말로는 처음엔 어이가 없다며 펄쩍 뛰더니 이내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동한 울분을 토해냈단다. 이럴 땐 우리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릴 뿐이다. 아이가 스스로 방에서 나올 때까지. 이후 위로의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다.
여기서 모색의 주체는 아내와 나이고, 주관은 내가 된다. 이과 계열은 아내이고, 문과 계열은 나다. 그래서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잘만 찾는다면 아이와 나는 한 단계 성장할 것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아... 독서지도사 자격증이라도 따놓을 것을...
앎의 수준은 평가를 통해 확인된다. 다만, pass 냐 fail 이 있을 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딸아이의 성장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겠다. 어찌 되었건 딸아이의 실력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