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자녀 독서지도 프로젝트 초읽기

목표는 시즌제 미션 클리어로

by 리얼라이어

맘카페든 지식인이든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서든 초등학생을 둔 부모가 올린 글 중에 학습지 추천을 요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5학년) 초등 학습지 어디꺼 하세요?' 식이다. 클릭해서 글을 읽어보면 학습지 종류를 알아보고 있는데 종류가 워낙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문자답 식의 영업성과 광고성이 상당수겠지만 우물을 찾아 헤매는 갈급한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이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사람이 남긴 글이 분명 어딘가는 있을게다. 그러나 저러나 학습지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나 때는 빨간펜 아니면 구몬이었는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독서지도', '집에서 독서 지도하는 방법', '어휘력 늘리는 방법' 등등등 다양한 검색어와 검색 옵션을 통해 인터넷 뉴스, 블로그, 카페에 올라온 글을 읽고 유튜브까지 찾아봤다. 역시 나와 처지가 비슷한 학부모가 많구나. 전문가도 많았고 광고는 더더욱 많았다. 어느 정도 찾아봤을까? 더 찾아본들 아내와 상의까지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방향성을 찾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딱 이대로만 하시면 됩니다'라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긴 내 생각이 짧았다. 아이와 부모가 처해 있는 상황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고, 방법도 천차만별인데 세상에 '딱 이대로만', '딱 이걸로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학원을 보낼까? 아니면 일대일 독서지도 선생님을 붙일까? 아냐. 독서평설을 정기 구독할까? 아냐, 아니야. 이런 방법 말고. 뭐 좋은 방법이 없나?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 때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손에 의해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뺏겨버렸다.


"스중이! 가족과 함께 있을 땐 스마트폰 노노"

"뭐야? 얼른 내놔!"


아내였다. 우리 집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자를 줄여서 스중이라 부른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자체를 손안에 두지 않는 규칙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난 딸아이를 위해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므로 예외다.


"그만 봐! 계속 아빠, 아빠 부르는 소리 안 들려?"

"아, 진짜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왜? 뭔데?"

"그렇게 짜증내고 애한테 언성 높일 거면 하지 마! 못났다, 정말!"


아차차! 화나고 짜증이 나더라도 목소리 높이지 않고 말하기로 얼마 전에 가족 앞에서 약속했는데. 딸아이의 굳은 얼굴 위로 '언성남(목소리 높여 발끈하는 남자)!우리 아빠는 언성남!' 하는 말풍선이 보인다. 이내 아내는 안방으로, 아이는 공부방으로 자릴 피했다. 이런 걸 두고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너무 부담을 갖고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하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하거나 하기 싫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그러다 다시 한번 딸아이의 KBS 한국어 능력시험 평가지에서 독서지도 코멘트를 살폈다.


이 시기 학생들의 가져야 하는 보통 수준의 어휘 및 어법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지문 속 일부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활용하여 모르는 단어를 찾아 수준 높은 어휘를 학습해야 합니다. 또 어휘, 어법 능력을 보다 향상하기 위해서는 글의 내용이나 표현들을 다른 어휘나 관용어, 속담, 고사성어 등으로 대체하여 표현해보는 활동을 권장합니다. 길이가 길고 복잡한 문장의 의미 파악이 어렵다면 문장의 주어부와 서술부부터 정확하게 찾아 이해하며 읽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 일단 방향성부터 정리하자. 딸아이의 어휘, 어법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내가 설정한 첫 번째 방향성은 몸을 풀기 위하여 하는 가벼운 운동 즉, 워밍업 수준이어야 한다. 내가 독서지도 전문가가 아니므로 가볍게 시작해야 나부터 지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워밍업 수준으로 시작해야 딸아이도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올 것이다.


두 번째는 높은 효율성이다. 딸아이는 참으로 바쁘다. 요즘 아이들은 다 바쁘다. 하는 것도 해야 하는 것도 해내야 하는 것도 많다. 때문에 어휘, 어법 학습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것 자체가 딸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 꼭 필요한 학습을 위해 그 만한 시간을 써야겠지만 시간의 씀씀이가 클수록 딸아이의 수면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


세 번째는 온오프 믹스다. 서치는 온라인으로, 익힘은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이다. 조만간 전용 노트 한 권을 쥐어줄 생각이다. 교재는 책 한 권과 프린트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시즌제로 계획하고 있다. 시즌1은 비교적 가벼운 독서로 시작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장르를 확대하고 싶다. 시즌2는 한국사로 결정했다.


내친김에 미션 이름까지 짓자.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미션에 이름을 붙여 이 모든 활동의 순간이 딸아이와 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있어보자. <아빠펜> 이 어떨까? '빨간펜', '빨강펜'이라는 표현이 흔히 첨삭지도나 교정, 교열과 동의어처럼 쓰이니 <아빠펜>이라고 명하면 따뜻한 느낌도 드니까. 그래. 이제부터 미션의 이름은 <아빠펜>이다.


이렇게 내가 직접 학습지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아무튼 아빠표 독서지도 학습지 탄생이 임박했다. 아내와 딸아이에게 가서 소식을 전해야지.



아빠표 겨울방학 독서지도 특강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앎의 수준은 평가를 통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