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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Jun 14. 2022

공격수가 수비수와 친구일 때 생기는 일

역할과 있어야 할 곳이 다르다.

나에게는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


거제 10주 살이에서 만난 한 살 위에 형님이다.

형님과는 각자 거제에 내려오기까지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고 거제에서 함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사이가 돈독해졌다.


우리 둘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사회에서 상처를 받았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마땅한 수입이 없던 우리는 방값을 아끼기 위해 함께 살기로 했다.

함께 지내며 천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지금은 하루라도 떨어져 있자면 어딘가 허전한 사이가 되었다.


먹고살 방법을 찾고 있던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거제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꿨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예비 관광벤처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에 IT 연구원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해 제안서를 작성했고 서류통과를 했다.


아직 대면 발표가 남은 상황.

나는 형님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고 형님은 그 누구보다 기뻐해 주었다.

아직 선정된 건 아니었지만 나는 형님에게 함께 해달라고 이야기했고

형님은 한치에 고민 없이 나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최종 발표를 위해

함께 서울로 향했다.

형님은 조금은 긴장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나를 믿는다는 에너지를 보냈다.

발표장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에 조금에 주저함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예비 관광벤처 최종 발표 가는 길

나는 발표에 들어가서 형님과 나눈 행복한 미래를 발표했다.

마침내 예비 관광벤처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우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디뎠다.


우리 회사의 첫 아이템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workcation) 서비스이다.


우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워케이션 사업을 시작할 공간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거제에서 느낀 그 힐링을 많은 워커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거제에서 형님과 함께 지내며 위로를 받은 아웃도어 생활. 캠핑, 트레킹, 낚시 등 자연과

교감하는 행위 자체에 큰 위로를 받았고

일을 하는 모든 워커들에게 이러한 교감을 통해 지속 가능한 워케이션 라이프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구독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제를 구석구석 찾아 나섰다.

지금까지 지낸 9개월 동안 나름 많은 곳을 다녀봤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평온한 장소들이 많았다.

우리는 신이 나서 함께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약 2주 정도가 지났을까.

공간과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회사 인스타그램, 블로그, 홈페이지 제작 등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무엇보다 브런치에 우리 회사에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들어가 작은 일들을 처리했다.

몰론, 카페도 함께 다니며 나는 컴퓨터로 하는 업무를 하고

형님은 돌아다닌 공간에 대해 기록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하는 사이니까!)


그런데, 형님과 함께 하는 것 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나는 워케이션 여행자들과 커뮤니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형님은 청년들과 함께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나는 모임 장소 정도로 생각했지만 사실 공간은 형님에 머릿속에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형님은 에어비엔비 운영 경험과 조금에 목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공간을 실제로 구현함에 있어 장소, 인테리어 견적, 운영 방안 등 내가 고려하지 못한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이상한 관성에 휩쓸리고 있었다.

나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공간 이외에 사무적인 업무가 쌓여감에 불안했고

형님은 마음껏 공간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쌓여만 갔다.


축구 경기중에 공격수와 수비수는 역할과 있어야 할 곳이 분명히 다르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함께 붙어있어 경기 운영이 안되고 있지 않은가!


이 현상을 늦게나마 알아차린 나는 형님에게 제안했다.

"형님. 공간을 알아봐 주세요. 믿고 맡기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회사를 위해 해야 할 다른 업무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공간과 사무적인 일이 동시에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녁에 모여서 하루 동안 진행된 일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일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미숙한 꼬마 대표를 믿고 함께해주는 형님에게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덕분에 필드와 사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에 공간이 한층 더 멋져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


아주 작은 것부터 배워가고 있는 나는 아직도 대표 놀이 중이다.


마음속 강한 끌림을 찾아 오늘도 미끼를 던진다.
가슴 한편에 숨어있는 뜨거움을 찾아 헤매는 낚시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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